추석 연휴가 다가오며 많은 귀성객이 고향 갈 준비로 들뜬 가운데 우리 주변엔 귀향길에 오르지 못한 채 치안과 공공복지를 책임지는 이들도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9월 추석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소속 3008함 경찰관과 의경들이 합동차례를 지내는 모습. /사진=뉴스1


추석 연휴가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올 추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다. 최근 정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폭 완화된 방역지침을 내놓으며 가족 모임과 방문에 인원을 제한하지 않았다. 연휴 기간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도 재개된다. 이에 많은 귀성객이 고향을 찾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명절에도 마음껏 쉬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업무를 도와주는 이른바 '필수 노동자'가 대표적이다. 명절에 시민의 발걸음을 옮겨줄 버스·택시기사와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는 이들이다. 또 국가의 부름을 받아 안보와 치안을 담당하며 당직 근무로 추석 때 더 바쁜 이들도 있다.

이에 머니S가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 내려가지 못한 채 나라와 시민을 위해 일하는 이들을 만났다. 쉬지 못하는 그들의 속사정은 어떨까.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명절엔 더 일이 많아요"… 불철주야 고생하는 경찰관

경찰은 명절에 오히려 업무가 가중되기도 한다. 사진은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지구대. /사진=뉴시스


사건사고는 휴일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특히 명절엔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가족이나 친척들과 만나 음주 등을 하다 보면 사소한 일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에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바로 경찰이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A경장(남·40대)은 "명절 때는 일가친척이 모이다 보니 잔소리 등 사소한 일로 싸우곤 한다. 가족끼리 모여 대화하며 술을 마시다 보면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A경장은 추석 당일 차례를 지낸 후 흩어지는 최근 세태상 연휴가 길어지면 그동안 못봤던 친구를 만나 발생하는 음주사고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경찰관은 낮에는 가족 간 폭력 사건에 시달리고 밤엔 술집·도로 등에서 일어나는 주취 사고로 이중고를 겪는 셈이다.


쉬는 날에는 4조 2교대 근무로 편성되고 자원근무자도 적어 평소보다 인원이 부족하다. A경장은 특히 명절에는 주취 폭력 등 사고가 이어지고 가족이 찾아오지 않는 독거노인도 살펴야 하는 등 업무가 가중된다고 밝혔다.

많은 사건사고를 경험한 A경장은 "이번 명절엔 가족 사이가 더 돈독해져 모두 행복한 명절을 맞이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사실은 힘들어요"… 휴업일 아니어서 아쉬운 마트 직원들

대형마트 관리사원 B씨(남·20대)는 "명절수당으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명절 근무에 아쉬움을 표했다. 사진은 서울 모처 롯데마트에 게시된 월 2회 의무휴업 일에만 문을 닫는다는 내용의 안내문. /사진=이준태 기자


전국 대형마트 체인 중 의무휴업일을 추석 당일로 바꾼 곳은 현재까지 25% 정도다. 기자가 찾은 대형마트 등은 추석 당일에도 정상 영업해 근로자들의 한탄이 새 나왔다.


서울 모처 대형마트에서 관리직군으로 일하는 B씨(남·20대)는 남들 쉴 때 일하는 점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B씨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며 "명절수당이 주말에 받는 것보다 많지만 그것으로 메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지점에서 근무하는 판매사원 C씨(여·40대)도 비슷하게 토로했다. C씨는 "마트에서 근무하는 여성 중에는 주부가 많다"며 "명절에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고 매장에서 일하다 보면 비참하다"고 토로했다.

"쉬지 못해도 보람 느껴요"… 시민 발걸음 책임지는 버스기사

시내버스는 시민들의 발이 돼주며 고향을 오가는 귀성객들의 수고를 덜기 위해 명절에도 일하는 버스기사는 많다. 사진은 서울 중랑구 중랑공영차고지. /사진=이준태 기자


시내버스는 언제든지 도시 곳곳을 누비며 서울 시민의 발이 돼 준다. 서울은 지난 2013년 9월 운행이 시작된 심야버스로 24시간 운행돼 버스기사들의 휴식 여건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다행히 최근 근무여건이 개선돼 주5일제 시행과 명절 교대 근무가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시내버스를 모는 김태정씨(남·53)는 이번엔 가족과 함께 추석을 쇨 예정이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이 수년 만이라고 말한 그는 연휴에도 일하면 기분이 어떤지 묻자 "아쉽긴 하다"며 "(본인이) 못 갈 때는 가족이라도 고향에 보내 명절을 지내게 한다"고 전했다. 이어 "명절에도 버스를 운행해야 하는 점은 이해한다"며 "그만큼 서울시에서 버스기사의 인센티브 등 복지를 늘려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씨는 명절에도 일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평일이든 명절이든 시민의 발이 되는 건 보람 있는 일"이라며 "아직은 정이 살아있어 승객도 감사함을 표할 때가 있다"고 자긍심을 드러냈다.

역귀성·명절 몇주 전 성묘… 새로운 명절 트렌드?

최근엔 성묘를 미리 다녀오거나 부모가 서울로 올라오는 역귀성객이 늘어났다. 사진은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 앞 택시 정류장. /사진=이준태 기자


"우리 가족은 미리 성묘해요. 형제들도 이해해줘 다 같이 다녀오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20년 가까이 택시기사로 일하는 D씨(남·60대)는 기자가 명절에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형제들도 C씨의 사정을 이해하고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고.

명절을 일찍 지내는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20년 1월 민경욱 전 의원이 한국철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명절 때 부모가 서울로 올라오는 역귀성 열차 이용객이 점차 증가했다. 역귀성객은 지난 2017년 2만1047석에서 지난 2019년 6만41석으로 3배 가까이 많아졌을 만큼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거리두기 해제 후 맞는 올 추석도 이 같은 사례가 다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육군 전방사단에서 복무 중인 E씨(남·20대)는 명절을 맞아 부모가 찾아올 때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군인에게는 '위수지역'이 있어 휴가를 신청하지 않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건 힘든 상황. E씨는 "코로나19로 인해 거리두기 정책이 강화하면서 명절 때 이동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며 "한시적으로 지역 내에서 외출이 가능할 경우 부모님께서 오셔서 같이 명절을 보내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명절마다 고향을 방문한 기억은 적지만 그래도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과 부대 내에서 좋은 친구들과 함께해 즐겁다"고 소회를 전했다.

최근엔 오히려 명절수당을 바라며 일하거나 시댁에 내려가 전을 부치지 않기 위해 명절에도 근무하려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기자가 만난 이들은 본인의 편의보다는 대의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명절에도 출근해 자신이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이들을 만날 경우 "감사하다"고 한마디 건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