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팬덤. 아이돌은 팬으로 인해 행복하고 팬은 자신의 사랑을 마음껏 표현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팬심이 사랑 아니면 뭐겠어요.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이잖아요. "


직접 보고 듣고 느껴야만 사랑일까.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임에도 아이돌과 팬은 서로 감정을 교류하며 소통한다. 이들은 '나로 인해 네가 행복하고 너로 인해 내가 행복하다'라는 마인드로 형성된 단단한 관계다.

팬은 아이돌이 직업인으로서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낄 수 있도록 팬 활동에 몰두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해 아이돌이 온라인으로 자기 팬들의 일상과 문화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NS가 아이돌과 팬의 행복을 충족시키는 창구로 등극하자 팬의 일상에서 차지하는 아이돌의 지분이 자연스레 증가했다.


이처럼 팬심을 두텁게 만든 것은 친밀감이다. 아이돌이 일상을 함께하는 존재로 가까워지자 팬덤의 문화가 확장되고 새로운 요소가 지속해서 등장한다. 머니S가 아이돌과 뜨거운 사랑에 빠진 사람 이른바 '덕후'의 일상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 6일 '팬덤의 집결지'인 홍대입구역 부근을 방문했다.

"만나면 어디가?"… 아이돌 팬의 남다른 문화생활

아이돌 팬덤은 주체적으로 이벤트를 마련하고 이를 즐기기 위해 직접 밖으로 나선다. 사진 왼쪽 위부터 아이돌의 생일 및 데뷔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진행된 생일 카페·영화관·콘서트 대기 현장·지하철 전광판 등의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독자 제공


'팬덤의 놀이터' 홍대입구역 부근은 다양한 팬덤의 집합소다. 특정 아이돌의 생일부터 데뷔·컴백 등을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 각양각색의 이벤트가 열리기 때문이다. 카페와 영화관은 물론 지하철 전광판 광고까지 곳곳에서 아이돌 사진이 발견되고 그 옆에는 팬덤이 자리를 차지한다.

생일·데뷔를 기념하는 카페에는 한 아이돌 멤버의 얼굴이 가득하다. 음료를 구매하면 해당 아이돌의 얼굴이 새겨진 컵홀더를 비롯해 다양한 굿즈(스티커·엽서·사진 등)를 받을 수 있다. 이 굿즈는 카페가 아닌 아이돌 팬이 주체적으로 준비한 이벤트다. 한 카페에 '이벤트를 진행해도 될까요?'라고 부탁하며 특정 기간 진행된다. 이에 이벤트가 열리는 카페는 특정 아이돌의 팬덤으로 채워진다.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이날 한 카페에서는 그룹 몬스타엑스 멤버 주헌의 생일 카페가 진행됐다. 카페 앞에 놓인 주헌 배너를 찍던 A씨(여·23)는 "생일 카페는 무조건 간다"며 "직접 만나지 못하니 팬들끼리 모여서 생일을 축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혹 카페로 직접 아이돌이 방문하기도 한다. 그럼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다"고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굿즈를 양손에 들고 있던 B씨(여·23)도 "평범한 하루가 의미 있는 하루로 변했다"며 웃었다. 그는 "이 공간에는 여러 명의 팬이 한 사람을 위해 모인 곳"이라며 "이보다 값진 모임이 어디 있겠나. 이것은 사랑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의 말처럼 카페 안에는 모두가 한 사람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건 못 참지"… 아이돌 팬의 '팬심'을 자극한 것은?

아이돌 팬이 외출할 때 챙기는 필수 아이템과 필수 방문 코스는 대체로 유사하다. 사진 왼쪽 위부터 직접 꾸민 앨범 포토카드·직접 제작한 휴대폰 케이스·동물 캐릭터로 제작된 아이돌 인형·생일을 맞아 나온 사진 부스 프레임. /사진=서진주 기자, 독자 제공


팬덤은 콘서트·팬미팅·출퇴근길 등 다양한 오프라인 행사에 출석 도장을 찍는다. 이때 팬들은 같은 물건을 손에 들고 아이돌을 맞는다. 바로 포토카드와 인형이다. 포토카드는 소속사에서 제작한 공식 굿즈를 구매하면 나오는 구성품이다. 팬들 사이에서는 '포토카드를 위해 굿즈를 구매한다'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인형은 아이돌을 동물 캐릭터로 제작한 비공식 굿즈다. 최애의 포토카드와 인형을 들고 인증샷을 찍는 것이다.


'덕후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마포구의 한 칵테일 바에는 모든 테이블에 포토카드와 인형이 놓여 있다. 칵테일 잔 옆에 굿즈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던 C씨(여·25)는 "친구와 만날 때마다 포토카드를 들고 온다"며 "필수로 예절샷(식당이나 카페에서 포토카드를 들고 찍는 사진)을 찍는다"고 전했다. SNS를 보면 '예절샷'이라는 단어가 고유 명사가 될 정도로 팬덤 사이에서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MZ세대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 길거리 사진 부스에서도 팬덤을 만날 수 있다. SNS에 올라온 QR코드를 인식하면 아이돌과 함께 사진을 찍는 듯한 느낌의 사진틀이 등장한다. 고정된 아이돌 사진에 맞춰 팬이 포즈를 취하는 형식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사진틀이 없으면 포토카드와 인형을 들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이에 SNS에서는 여러 팬덤의 사진 부스 인증샷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했죠"… 어른들이 바라본 '팬 문화'

팬덤 문화가 빠르게 변할수록 부모와 자녀 세대 사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팬덤 문화는 시대별로 점점 변하고 있다. 생각지 못한 굿즈가 제작되는 등 팬덤의 필수 아이템이 생겨났다. 아이돌의 활동 입지가 넓어지는 만큼 팬덤의 문화 영역도 함께 확장됐다. 이에 팬들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데 새로운 흥미를 느낀다. 새로운 흥미는 아이돌을 향한 팬심을 뜨겁게 달구는 역할을 한다.

이같이 팬덤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등극한 상황에서 부모와 자녀가 서로 이해하지 못해 갈등을 빚곤 한다. 중소 엔터테인먼트 기획팀에서 온라인 멘토 활동을 병행 중인 남은주씨는 "팬덤의 양상과 의미가 이전과는 다른 관계로 나아가다 보니 세대별 마찰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빠른 속도로 팬의 문화 영역이 확장되는데 부모로서 자녀 세대의 팬덤 활동을 이해하기 점점 더 버거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부모 세대는 TV를 통해 음악방송을 시청하고 노래를 듣는 등 비교적 수동적인 활동을 즐겼다"며 "반면 자녀 세대는 직접 밖으로 나가고 돈을 쓰는 등 최대한 아이돌에 가까워지기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이돌이 많아질수록 팬덤 문화는 발전한다"며 "어른 세대가 아이 세대의 팬 활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K-POP 열풍이 지속되면서 팬덤 내 트렌드는 빠르고 예민하게 움직인다. K-POP 산업에서 아이돌 팬덤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SNS와 미디어의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아이돌 못지않게 팬덤의 역할이 중요해진 탓이다.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팬덤은 아이돌 산업에 필수적인 존재로 등극했다. 이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K-POP이 더 뻗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