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다. /사진=한화그룹


▶기사 게재 순서
①대우조선 품는 한화, '한국의 록히드마틴' 정조준
②김승연에서 김동관으로… 대 잇는 'M&A 승부사' DNA
③새 판 짜는 한화, 중심엔 '김동관 리더십'
④한화, 대우조선 이어 KAI도 품을까



"한화 방산사업을 한국의 '록히드마틴'으로 키우자."

지난 2014년 11월27일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에게 내려진 김승연 회장의 주문이다. 당시 삼성의 방산·화학계열사 4곳을 통째로 인수하는 '빅딜' 체결 후 나온 발언으로 한화를 세계 1위 록히드마틴 못지않은 글로벌 방산 선도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담겼다.


이 같은 김 회장의 구상은 최근 한화가 추진하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통해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된다. 육상과 항공에 이어 해상 무기체계 역량까지 확보함으로써 육·해·공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기 때문이다.

14년 만의 인수 재도전 배경은?

한화는 대우조선이 추진하는 2조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인수를 추진한다. 한화 계열사별 자금 조달 규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조원 ▲한화시스템 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 4000억원 ▲한화에너지 3개 자회사 1000억원 등이다. 이를 통해 한화는 대우조선 지분 49.3%와 경영권을 획득해 새로운 주인이 된다.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한화 인수는 사실상 확정적이다.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는 14년 만의 재도전이다. 앞서 2008년 한 차례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했지만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 조달 문제 등이 겹치며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계열사별 자금 여력이 충분해서다. 올 상반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조1044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유상증자에 5000억원을 투입하는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도 1조1868억원이다.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육·해·공을 아우르는 국내 유일의 종합방산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현재 한화의 방산 포트폴리오는 공군과 육군 중심이다. 2014년 삼성과의 빅딜을 계기로 육상과 항공분야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삼성테크윈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거듭나 항공 엔진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형 전투기 'K-21 보라매'의 엔진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통합개발을 주도했다.

삼성탈레스는 한화시스템으로 사명을 바꾸고 최첨단 레이다를 비롯한 항전시스템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이후 한화는 2016년 두산DST(현 한화디펜스)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에 K-9 자주포를 수출하고 있다. 2018년엔 인공위성 전문기업인 쎄트렉아이를 품고 민간 항공우주 시대를 선도할 기반도 마련했다.


유일하게 부족했던 분야는 해상 무기체계였으나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균형을 맞추게 됐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이 지상방산·레이더·유도탄에 이어 해군 특수선 사업에 진출하면서 시너지가 기대된다"며 "대우조선해양은 21년 만에 오너십이 만들어진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 사진=대우조선해양


2025년 비전 달성 성큼… 남은 과제는

한화의 기대감도 크다. 한화 관계자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의 우주·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게 됐다"며 "중동·유럽·아시아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톤급 잠수함과 전투함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한화의 글로벌 입지도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2025년까지 연 매출 12조원의 세계 톱10 방산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세계 순위는 2017년 19위를 정점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순위가 30위로 내려앉았다. 매출 목표도 더 멀어졌다. 지난해 한화의 방산사업분야 글로벌 매출은 47억8700만달러(6조9000억원)로 2025년 목표치의 절반 정도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우조선 인수를 통해 매출과 실적 목표치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남은 과제도 있다. 우선 대우조선 재무구조를 개선해 경영 정상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다만 최근 조선업계 업황이 개선되면서 대우조선의 수주 실적이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대우조선은 올 들어 현재까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34척 ▲컨테이너선 6척 ▲창정비 1척 ▲해양플랜트 1기 등 총 42척의 수주를 통해 연간 수주 목표(89억달러)를 넘는 총 94억달러 상당의 일감을 확보했다.

통상 선박 건조 수주가 영업이익에 반영되기까진 2~3년이 걸린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 이후 선박 수주가 지속 증가 등을 감안하면 빠르면 내년부터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 인수 과정에서 노조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2008년 대우조선 인수 실패 당시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노조의 반대였다. 이와 관련 한화는 노조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남은 절차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M&A의 성공 경험을 축적했다"며 "노조와의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신뢰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노사 관계도 구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