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전기차 충전소에서 충전되는 전기차.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골칫거리에서 환골탈태… 전기차 폐배터리가 주목되는 이유
②배터리 기업 아닌데도 투자 확대… 전기차 폐배터리 경쟁 '활활'
③눈여겨볼 '전기차 폐배터리' 관련 알짜 기업은



전기차 폐배터리가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정부와 국회는 기업들의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참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활용해 중국에 편중된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2050년 '600조원'… 미래 준비하는 정부·국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4000억원에서 2025년 3조원으로 연평균 47% 성장할 전망이다. 이후에는 2030년 12조원, 2040년 87조원, 2050년 6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적인 전기차 배터리 수명이 5~20년 정도라는 점과 전기차 보급이 2020년 전후로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2025년부터 폐배터리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폐기물로 분류돼 폐기물관리법상 규제를 받았으며 안전성과 성능을 검사하는 기준이 없어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터리에는 리튬·니켈 등 독성 물질이 함유돼 있고 화재가 발생하면 불을 끄기 쉽지 않아 국가가 인증하는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와 국회는 전기차 폐배터리 시장 확대를 대비해 규제 손질에 나섰다. 환경부는 폐기물로 규정되던 전기차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하겠다고 지난달 5일 밝혔다. 올해 안에 법을 개정하고 내년 상반기 고시할 방침이다. 해당 법이 시행되면 폐배터리는 순환자원으로 인정받게 돼 폐기물관리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이 쉬워지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무해성과 경제성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한 뒤 폐배터리를 순환자원으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하고 환경부 장관이 인가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국회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사업 활성화를 이끌기 위해 '전기·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달 27일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안전성 검사 대상 전기용품 정의 ▲안전성 검사기관 지정 ▲제조업자 안전성 검사 의무화 ▲안전성 검사표시 방법 등의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을 발의한 이장섭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시서원구)은 "폐배터리 안전성 검사제도의 세부 기준이 마련돼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됐다"며 "폐배터리 처리로 발생하는 환경 문제도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공급망 다변화·IRA 대응책으로 부상

글로벌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전망. /그래픽=이강준 기자


정부와 국회의 제도 정비로 전기차용 폐배터리 활용 길이 열리면서 업계 기대감도 커진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중국에 편중된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어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리튬 수입 중 중국 비중은 2020년 47%, 2021년 59%, 2022년(1~7월) 64% 등 지속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리튬이 필수로 사용되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데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이 방안으로 꼽힌다. 이론상 폐배터리 재활용 시 리튬 회수율은 최대 90%에 달한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의 회수율은 95~98%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IRA 대응도 가능하다. IRA가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광물을 북미에서 재가공하면 미국이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해당 광물을 생산한 것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IRA는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원자재 40%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IRA가 중국을 겨냥해 만든 법인 만큼 국내 기업들은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으로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북미에서 폐배터리를 가공하는 투트랙 전략을 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면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확대할 수 있다"며 "미래에 배터리 사용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투자를 늘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