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와 구글 등이 국회서 추진 중인 '망 무임승차 방지법' 반대 여론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정치권 역시 법안을 두고 망설이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이대론 안 된다"…통신사, 망사용료 전쟁 '전면전' 돌입
② 위기에 빠진 망사용료법…국회도 '설왕설래'
③ 망사용료, 해법은 어디에

넷플릭스, 구글 등 대규모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SK브로드밴드 등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사용료를 내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와 구글 등이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활동한 탓이다. 국내 여론도 모호하다. 당초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우호적이던 정치권 역시 최근 달라진 분위기에 관망세로 돌아섰다. 망 사용료를 둘러싼 대결 국면이 지속되면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위치로 시작된 망 사용료 이슈, 반대 여론 급부상

과거 망 사용료 이슈는 기업 간 힘겨루기로 치부됐지만 트위치의 '화질 제한'을 계기로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사진은 트위치 로고. /사진=트위치


유튜브, 넷플릭스 등 해외 CP 사업자에게 망 이용대가를 의무적으로 내게 하는 법안은 통신업계의 주요 현안 중 하나였지만 국민적 관심사는 아니었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지불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소송전은 기업 간 줄다리기로 비춰질 뿐이었다. 트위치가 망 사용료 문제에 개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트위치는 지난 9월29일 한국에서만 화질을 최대 1080p에서 720p로 제한한다고 공지하고 같은 달 30일부터 시행했다. 트위치는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적으로 준수하는 한편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해왔다"며 "한국에서 트위치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용은 계속 증가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한국 내 서비스 운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트위치가 이번 결정의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네트워크 요금'을 콕 짚어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망 사용료 부담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2030대들이 동요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으로 인해 '게임 방송을 저화질로 보게 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망 사용료 이슈는 기업 차원을 넘어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로 진화했다. 게다가 세계 최대 비디오 플랫폼 '유튜브'가 유튜버들을 부추겨 망 이용대가 문제를 언급하게 해 들끓는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인기 유튜버 '슈카'는 "유튜브에서 유튜버들한테 망 사용료 갈등에 대해 의견을 내라고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이나 김성회가 해당 법안을 우려한다는 목소리를 내자 시청자들도 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구글은 자사가 후원하는 사단법인 오픈넷에서 '망 중립성 수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데 어느새 서명자 수가 지난 10월20일 기준 26만명에 육박했다.

여론 악화에 국회도 갈팡질팡… "사안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 필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면서 정치권의 고민이 깊다. 사진은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9월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뉴스1


현재 국회엔 해외 CP의 망 이용대가 지불과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총 7건 발의돼 있다. 대표 발의자 소속 정당은 더불어민주당 4건, 국민의힘 2건, 무소속 1건이다.


세부 내용엔 차이가 있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CP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에게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취지는 같다. 구글, 넷플릭스 등 해외 CP들이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통신업체에 지불하라는 의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올해 2월 발표한 결과(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국내 트래픽 발생량)를 보면 구글과 넷플릭스가 각각 27.1%와 7.2%로 양사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었다. 반면 법안 기준에 부합하는 대형 CP 중 메타·카카오·네이버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글로벌 CP들이 발생시키는 트래픽 양이 급증해 그만큼 네트워크·설비 투자비도 늘어나면서 망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이 가중됐다. 이 같은 통신업계의 아우성이 이어지자 정치권이 잇따라 해외 CP들의 망 사용료 지불 법안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망 사용료 관련 법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국회도 망설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나서 입법 추진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상황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졌다.

이 대표는 지난 10월2일 페이스북을 통해 "망 사용료(의무화)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도 '딴지일보' 게시글을 통해 "소수의 국내 ISP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국민의힘도 관망세다. 국민의힘 소속 박성중, 김영식 의원은 망 무임승차 방지법을 발의했지만 지난 10월4일 국정감사에서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정부 역시 신중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고통만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관련 논의가 계속 정체되는 사이 트위치뿐 아니라 다른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도 망 사용료 부담으로 화질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들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류도 감지된다.

때문에 정치권이 보다 생산적인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가 '눈치보기'에 급급해 생산적인 논의가 실종됐다는 비판이다. 최근 망 사용료 관련법에 대한 입장이 달라졌지만 이 과정에서 망 사용료 문제의 발단이나 법안 본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기 어려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여론에 너무 흔들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며 "법안 내용을 두고 실질적인 논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