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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조세 저항에 대응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낮추면서 내년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하락했다. 공시지가는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부과의 기준이 되므로 토지·주택 소유자의 세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지난 14일 국토교통부는 2023년 1월1일 기준으로 조사·산정한 표준지 공시지가와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표준지 56만 필지, 표준주택 25만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했다.
표준지 공시지가는 올해 상승률(10.17%) 대비 16.09%포인트 낮아졌다. 지역별로는 경남(-7.12%) 제주(-7.09%) 경북(-6.85%) 충남(-6.73%) 울산(-6.63%)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21년째 전국 땅값 1위 자리를 내준 적 없던 서울 중구 충무로1가 '네이처리퍼블릭 명동월드점' 부지(면적 169.3㎡)의 내년 공시지가 예정액은 1억7410만원이다. ㎡당 1억8900만원을 기록한 지난해에 비해 7.88% 낮은 수치다. 토지 금액을 기준으로 25억2257원이 줄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땅값이 비싼 명동 우리은행 부지(면적 392.4㎡)의 ㎡당 공시지가도 올해 18억7500만원에서 내년 7.89% 하락한 17억2700만원에 그칠 전망이다.
표준주택 공시가격 또한 5.95% 하락했다. 상승률 7.34%를 기록했던 올해보다 13.29%포인트 줄었다. 특히 서울은 ?8.55%로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강남(-10.68%) 서초(-10.58%) 송파(-9.89%) 등 강남권의 하락률이 가장 컸다. 전국 기준으로 경기(-5.41%) 제주(-5.13%) 울산(-4.98%) 대전(-4.84%) 순으로 공시가격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부동산 소유주들이 내야 할 보유세액도 줄어들 예정이다. 내년 표준주택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이명희 신세계 회장 명의 단독주택(이태원로55라길)은 공시가격 예정액이 280억3000만원이다. 올해 311억원 대비 30억7000만원(9.87%) 내렸다.
보유세 계산기에 따르면 이 회장이 다주택자라고 가정할 때 내야 할 세금은 올해 5억3200만원에서 내년 4억6000만원으로 약 7200만원 감소한다.
현행 종합부동산세법은 1주택자 0.6~3.0%의 일반세율을, 다주택자 1.2~6.0%의 중과세율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지난 13일 여야가 공시가격 9억원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 공제액을 12억원으로 상향하기로 잠정 합의함에 따라 종부세 부담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기본 공제액 상향에 이어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도 완화한다.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앞으로 다주택자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3주택자도 공시가격이 약 24억원에 미치지 못하면 중과세율 대신 일반세율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마쳤다.
그러나 이번 세제 변화가 부동산 시장을 강타한 불황을 해결할 열쇠로 작용하긴 힘들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아직 금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부세만 완화시킨다고 가라앉은 매수 심리를 끌어올리긴 어렵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내년 1%대 저조한 경제성장률 전망과 물가에 연동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면서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약 5만가구 순증해 주택 수요 부재를 타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보유세가 경감되며 알짜지역의 매각 고민은 줄겠지만 이자부담이 급증했고 취득세·양도소득세 이슈로 주택을 사고파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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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