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2일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7일 서울 용산구 새 대통령 관저의 모습. /사진=뉴스1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2일 청구인 A씨가 개정 전 집시법 제11조 제2항에 대해 낸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국회가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심판 대상 조항은 2024년 5월 31일 이후 효력을 잃는다.

A씨는 지난 2017년 8월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 경계지점으로부터 약 68m 떨어진 분수대 앞에서 집회를 주최했다. 이에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집시법 제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등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해선 안된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적용 법규가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조아라 판사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했다.

조 판사는 결정문에서 "심판 대상 조항이 소규모·평화 집회·시위도 예외 없이 금지하고 합리적 기준 없이 '100m 이내'라는 제한을 뒀다"며 "대통령 관저 인근 일대를 광범위하게 집회 금지 장소로 설정하고 있는데 막연히 폭력·불법적이거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가정만을 근거로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리는 모든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제한이 과도해 피해의 최소성에 위배된다"며 "대통령의 헌법기능 보호라는 목적과 집회 자유의 제한 정도를 비교할 때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적 법익이 절대적으로 제한되는 국민의 헌법적 자유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할 수 없어 법익의 균형성에도 위배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