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정반대의 대응 전략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투자와 생산량을 조정하기로 한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과 투자 축소는 없다며 정면돌파를 예고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경기침체 및 수요둔화 따른 메모리 반도체 시장 침체로 지난해 4분기 양사의 실적이 나란히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년동기대비 68.9% 감소한 4조3100억원이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6.9% 급감하면서 전반적인 영업이익이 축소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분기 단위 영업적자가 나온 건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양사의 실적 감소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IT 제품 등 세트 수요가 둔화되면서 고객사들이 재고 조정을 위해 메모리 반도체 주문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수요는 줄어든 반면 공급량이 넘치자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메모리 제조사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론도 65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타이완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계약가격은 지난해 4분기에 전 분기보다 각각 약 23%와 28% 하락했다. D램 가격은 올해 1분기 20%, 2분기 11%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가격은 각각 약 10%, 3% 하락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시장 환경을 고려해 감산과 투자 축소로 대응한다. SK하이닉스는 실적 감소가 본격화된 지난해 3분기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가고 2023년 투자 규모를 전년(19조원)대비 50% 이상 줄인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이 같은 방침을 재확인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전년도 설비투자와 팹 규모, 필수적인 인프라 투자 등을 고려해 투자 규모를 정했다"며 "이미 적정 수준으로 축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투자 축소로 인해 당사 선단 테크 비중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생산량 증가에 영향을 일부 미칠 것"이라면서 "1b나노 D램과 238단 낸드 양산에 필요한 캐펙스(설비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해 내년 시장에 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투자 축소나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재고조정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시황 약세가 당장 실적에는 우호적이진 않지만 미래를 철저하게 준비하기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변함없는 투자 이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어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필요한 클린룸을 확보할 것"이라며 "올해 캐팩스(CAPEX·설비투자)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설투자에 53조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이 가운데 반도체 투자는 47조9000억원이다.

다만 자연적 감산 가능성은 열어뒀다. 라인 운영 효율화,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감산 효과가 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 위해 생산라인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추진할 것"이라며 "단기구간 의미 있는 규모의 비트 그로스(메모리 생산량 증가율)의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