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이용해 사람 음식과 유사하게 만든 수제 간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계란, 당근, 닭고기, 흑미 등을 이용해 만든 반려견 깁밥을 먹는 웰시코기 오백이. /사진=오간식 제공


"예전엔 밥 먹을 때 반려견을 케이지 안에 뒀는데 이제는 식탁에서 함께 먹어요."
"오늘은 퇴근 후 토토랑 치킨에 소맥(소주+맥주) 할 거예요."


퇴근 후 사랑하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맛있는 치맥. 상상만으로도 퇴근이 고파지는 기분 좋은 일이 가능해졌다. 소주, 초코칩 쿠키, 김밥 등 사람 음식과 유사한 반려견 수제간식 제품이 등장하며 반려견과 한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는 상상이 현실이 된 것.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말 기준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펫팸족은 604만가구, 15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이 한달에 지출하는 반려견 양육비가 평균 14만원인데 이 가운데 51.2%가 사료·간식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직접 재료를 사서 간식을 만들어 먹이는 펫팸족이 많아졌다. 이 같은 흐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라인의 '수제간식' 시장이 뜨겁게 떠올랐다. 강아지용 소주를 비롯해 떡국·산적꼬치·소갈비찜 등으로 구성된 설 세트, 생일 한상 등 사람 음식을 닮은 간식이 사랑받고 있다. 머니S가 인기 비결을 알아봤다.

붕어빵부터 소맥까지… 음식 나눠먹어야 진정한 식구

반려견용 간식이 사람이 먹는 음식과 비주얼상 크게 차이가 없다. 황태분말 등으로 만든 강아지용 붕어빵과 일반 붕어빵(왼쪽) 고구마로 만든 반려견용 케이크와 푸들 뽀야. /사진=독자 제공


서울 양천구에 사는 박모씨(여·26)는 얼마 전 강아지용 붕어빵을 구매했다. 그는 "퇴근길에 붕어빵을 1000원어치 사와서 먹는데 반려견 콩이가 먹고 싶은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며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보니 강아지용 팥·슈크림 붕어빵이 있어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온라인으로 구매해서 줬더니 콩이도 주인을 닮아 팥붕파더라"라고 즐거워했다.

박씨는 "엄마가 처음엔 콩이에게 (사람이 먹는) 붕어빵을 주는 줄 알고 깜짝 놀라셨는데 강아지용 간식이라고 설명하니 '요즘엔 이런 것도 있냐'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셨다"고 덧붙였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최모씨(여·25)는 반려견 뽀야의 7번째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주문했다. 최씨는 "요즘 동네에 반려견 간식가게가 많아졌는데 그 중 뽀야와 똑 닮은 푸들 케이크를 파는 곳을 발견했다"며 "뽀야가 유독 좋아하는 고구마와 닭고기로 만든 생일 케이크를 잘 먹어줘서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뽀야가 케이크 먹는 사진과 영상을 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워서 놀랐다"며 "수제간식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12살 노견을 키우며 홀로 사는 이모씨(여·31)에게는 퇴근 후 반려견과 함께하는 '소맥타임'이 유일한 힐링 시간이다. 이씨는 "반려견 토토가 10살을 넘기면서 결석 등 질병을 앓았다"며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데 계속 거부해서 대안으로 생각해낸 것이 '반려견용 소주'"라고 밝혔다. 토토가 맛과 향이 다양한 반려견용 주류를 거부감 없이 마신다는 것. 이씨는 "나는 토토랑 술 한 잔 하는 기분을 낼 수 있고 토토는 부족한 수분량을 채울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뿌듯해 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려견 수제간식은 경제력을 갖추기 시작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여성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10대 고객은 단발성 구매에 그치는 데 반해 이들은 전체 고객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재구매율을 자랑한다.

"더 예쁘고 좋은 것 해주는 게 부모 마음"… '비주얼+건강' 간식 인기

설, 추석, 크리스마스 등 시즌별 수제간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소갈비찜·김치·떡갈비·떡국으로 구성된 강아지용 설 음식 세트와 염분이 없는 황태 육수·비타민 등으로 만든 각종 주류. /사진=오간식 제공


"반려견과 함께 치킨을 먹으면 어떨까."

반려견 전용 수제 간식을 제조·판매하는 '오간식' 김아연 대표는 "이런 생각으로 '강아지용 치킨' 제품을 처음 만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람이 먹는 간식과 유사한 패키징·디자인을 의도한 것이냐고 묻자 김 대표는 "맞다"며 "반려견에게 일반 캔 종류의 간식이나 개껌을 줄 때보다 우리 음식과 비슷한 간식을 제공할 때 '함께 끼니를 챙기는 식구'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다"고 답했다.

김 대표가 꼽은 또다른 셀링 포인트는 비주얼뿐만 아니라 맛과 건강까지 챙겼다는 점이다. 그는 "최근 황태나 비타민 등으로 만든 반려견용 소주와 맥주 등 주류 메뉴를 선보였는데 평소 음수량이 적던 강아지도 잘 마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반려견에게 먹는 즐거움과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려는 견주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019년 처음 반려견 수제간식 사업을 시작한 이후 코로나19가 심해졌을 때도 매출 하향세를 겪은 적이 없다"며 "오히려 집에서 반려견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내 자식에게 더 좋은 것, 더 예쁜 것을 해주고 싶은 니즈와 딱 맞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미니치킨과 김밥, 새우튀김 등 사람이 먹는 음식과 동일한 모양의 반려견 간식으로 구성한 오간식의 '독 파티 소풍 패키지'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4%나 급증했다.

김 대표는 "사업 초기에는 '사람 냉장고에 어떻게 강아지 간식을 보관하냐'며 컴플레인이 많았는데 요새는 거의 없다"며 "반려견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많이 개선되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수제간식의 인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