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3대 명품(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인기 유지 전망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의 한 백화점 앞에서 명품 제품 구입을 위해 고객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기사 게재 순서
①콧대 높은 명품, '5초백' 소리 들어도 질주?
②"요즘엔 이게 대세"… 급부상 중인 '신명품'은?
③해외 브랜드 의존… 국내 패션기업 괜찮나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도 명품 사랑을 막진 못했다. 오히려 더 키웠다. 한국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크게 확산한 2021년 명품 기업 매출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반등했다.

세계 100대 명품 기업의 연결 기준 매출액 합계는 팬데믹 이전보다 높은 3050억달러(약 384조원·이하 원/달러 환율 7일 기준)로 전년 대비 21.5% 증가했다. 100대 명품 기업의 평균 매출액은 30억달러(약 3조7800억원), 순이익률은 12.2%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의 명품 기업은 2020년 매출 감소에서 2021년 'V자형'으로 반등했다. 팬데믹 시작 직후에는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으며 매출 타격이 있었지만 그 영향이 감소한 이후에는 수요가 빠르게 회복돼 매출이 반등했다. 순이익률은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소비 욕구가 명품으로 몰렸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1인당 명품 소비액. /그래픽=강지호 기자


명품 사랑에는 국경이 없지만 한국인의 명품 사랑은 유별나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2022년 한국 명품 소비시장 규모는 168억달러(약 21조1680억원)로 전년보다 24%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세계 6~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1인당 명품 소비액으로 보면 세계 최상위권 수준이다. 1인당 명품 소비액은 한국 325달러(약 40만9500원)로 미국의 280달러(약 35만2800원)와 중국의 55달러(6만9300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이 명품에 열광하는 이유로 높은 수준의 집단 문화와 소비가 곧 투자가 되는 품목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은 자신의 준거집단의 태도와 행동이 자기 행동에 영향을 크게 끼치는 사회 중 하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로 유명인들의 명품 소비가 생활에 속속 스며들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명품 구매를 촉진하는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소비이자 곧 투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명품 브랜드에 대한 갈망이 전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고 제한된 공급량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은 수요가 대기하고 있다"며 "구매 즉시 리셀(resell) 사이트에 올리면 구매 시 가격에 웃돈을 얹어 팔 수 있다"고 말했다.

돈 쓸어 담은 에루샤, 올해 전망도 맑음?


루이비통 매장이 있는 서울 한 백화점 외관. /사진=연희진 기자


명품의 정의는 정확하지 않지만 누구나 명품이라고 인정하는 브랜드들이 있다. 명품 중 명품인 3대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그렇다. 에루샤는 한국에서 돈을 쓸어 담고 있다.

2021년 기준 세 브랜드의 매출액은 3조2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2021년 각사 매출은 ▲에르메스코리아 5275억원 ▲루이비통코리아 1조4681억원 ▲샤넬코리아 1조2238억원 등이다. 전년과 비교해 에르메스는 25.8%, 루이비통은 40.2%, 샤넬은 31.6% 매출이 늘었다. 지난해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더 가팔랐다. 각사의 2021년 영업이익은 ▲에르메스코리아 1705억원 ▲루이비통코리아 3019억원 ▲샤넬코리아 2489억원이다. 전년 대비 영업이익 신장률은 에르메스 27.8%, 루이비통 98.7%, 샤넬 66.9% 등이다.

다만 최근 명품 시장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명품의 주요 소비지인 백화점 성장 둔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이들 브랜드의 희소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자증권은 2023년 채널별 전망에서 백화점 채널 판매가 전년 대비 2.5% 성장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하늘길이 본격 열리며 수혜가 예상되는 면세점(10.0%)은 그렇다 치더라도 편의점(6.3%)에도 한참 못 미치는 성장세다. 전년도 역기저 효과와 내수 소비 둔화가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명품 중심의 고소득층 소비 채널인 백화점에 부담으로 적용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소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명품 브랜드의 가격은 계속 치솟는 점도 성장세 둔화 의견에 힘을 보탠다. 샤넬은 지난해만 가격을 네 번이나 올렸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두 번 가격 인상 소식을 알렸다. 에르메스는 올해 초 5~10%가량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명품 시장은 가격을 높이면 오히려 수요가 더 커지는 비정상적인 시장 행동인 '베블런 효과'가 지배적으로 작용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보복 소비가 명품에 몰려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가격 인상이 수요를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샤넬백이 '5초백'(거리에서 5초마다 한 번씩 보인다는 의미) 소리를 들을 정도로 희소가치를 잃어가고 있다"며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는 에루샤가 아닌 신선한 브랜드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