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인 BBQ와 bhc가 10년째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BBQ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발견한 새로운 증거자료들을 제출하면서 이 자료들이 향후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래픽=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기사 게재 순서
①"누가 거짓을 말하는가"… BBQ vs bhc, 박현종 회장의 '흔적'에 달렸다
②국제중재 간 '진실 공방'… BBQ, 국내 손배소송서 bhc에 2R '역전승'
③박현종 회장 '무혐의'서 7년 만에 '유죄'로 바뀐 BBQ 전산망 해킹 사건
④BBQ vs bhc, 엇갈린 상품·물류 소송 결과… 최종 승자는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은 기업 분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 회사 차원의 대책으로 대표이사가 직접 나선 것으로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다."

지난해 6월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 접속한 혐의로 피고인 박현종 bhc그룹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 판결문의 일부다. 지난 10년 간 진행돼 온 크고 작은 민·형사 소송 중 전산망 해킹 사건과 관련, 박현종 회장은 처음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7년 만에 판결이 뒤집혔다. BBQ가 자사의 내부 전산망에 박 회장이 몰래 침입해 소송 관련 서류를 열람했다며 검찰에 고소하면서 불거진 사건이었다.

bhc, BBQ 전산망 무단접속… 정보통신망법 위반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정원 판사)은 지난해 6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현종 회장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접속 내역이 BBQ 서버에 없으며 증거 역시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직접적 증거가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면서 "간접 증거를 모아보면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입수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피고인의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회장이 정보부장 등 직원들의 협조로 직접 나선 사항인 만큼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박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bhc 본사 사무실에서 당시 BBQ 재무팀 소속 직원인 A씨와 B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해 BBQ 내부 전산망에 두 차례 접속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회장이 사내 정보팀장에게 A씨와 B씨의 전산망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 당시 BBQ와 진행 중이던 국제중재소송 관련 서류를 열람한 것으로 봤다.


다만 재판부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부분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를 조작한 것이 아닌 중재 소송과 관련한 bhc 측의 사실을 밝히려는 목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7년 만에 밝혀진 혐의

검찰은 지난해 6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박현종 회장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 bhc 매장 전경. /사진=뉴시스


BBQ는 2016년 8월 박 회장과 bhc 임직원들을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동부지검은 bhc 본사와 박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수백 건의 무단접속 사실은 인정되지만 bhc 서버의 특성상 행위자를 특정할 수 없다"며 2017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bhc측은 "BBQ가 경쟁사를 죽이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증거도 없이 무리하게 고소한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검찰의 무혐의처분서에 의하면 BBQ가 이 사건 고소부터 항고 과정에서 핵심증거로 주장했던 내용이 검찰의 BBQ 방문 수사결과 허위사실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변곡점을 맞게 된 것은 BBQ가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통해 내부 전산망 무단접속 내역을 확보하면서다. 서울고검이 재기 수사를 명령하면서 4년 만인 2020년 말 박현종 회장이 기소됐다. 검찰은 2022년 4월 결심공판에서 박 회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박 회장이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한 2015년 7월부터 범죄 입증을 하기까지 7년의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박 회장의 접속 행위가 입증된 것은 두 차례다. BBQ 측은 "2017년부터 행위자 특정을 위한 디지털 포렌식 분석을 지속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bhc가 조직적으로 내부 전산망을 무단 접속한 내역을 확보했다"며 "특히 박현종 회장의 업무기록이 복구되면서 (박 회장이) BBQ 핵심 자료들을 개인 이메일로 전송한 사실과 bhc 매각 관련 주요 자료들이 ICC(국제상업회의소) 중재재판에서 사용하기 위해 해킹 행위가 있던 시점에 집중적으로 열람됐거나 다운로드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bhc 관계자는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온 것으로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현종 회장 개인 소송에 대해 왈가왈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