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직원들이 건물을 나가고 있다./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 '168조 공적자금' 외환위기 잊었나… 高금리 이자놀이에 취한 은행들
② 윤 대통령, '은행 때리기' 배당성향 제자리걸음… 주주환원 딜레마
③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급브레이크…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 급물살



금융당국의 칼끝이 금융사의 지배구조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지주 회장들은 3~4연임에 성공하며 장기집권이 관행처럼 여겨졌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지적에 금융당국이 개선방안 마련에 시동을 걸면서 금융사 지배구조 개편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번지는 尹심… 개혁 대상된 금융지주

올해 들어 5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3곳(신한·우리·NH농협)의 CEO(최고경영자)가 교체됐다. 지난해 12월 신한금융지주가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새 회장 후보로 내정한 데 이어 농협금융은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CEO 자리에 앉혔다. 차기 우리금융지주 회장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이는 사실 이변에 가깝다. 금융권 안팎에선 금융지주 CEO들이 또 한 번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3~4연임은 금융권의 오랜 관행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용퇴'하며 사임을 공식화했지만 그 배경엔 금융당국의 압박도 영향이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사 CEO 선임시에는 이사회 절자 자체의 투명성, 합리성, 후임자 물색 과정 등에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있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달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현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과 관련해 "현명한 판단을 해달라"며 연임 도전을 우회적으로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는 금융사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불완전 판매, 횡령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데다 최근 '이자장사' 논란이 커지면서 금융사의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기업을 다스리는 구조 즉 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배구조 선진화'는 윤석열 정권의 과제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금융회사를 포함해 소유권이 분산된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선진화돼야 한다"며 "은행은 공공재 측면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구성하는 데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건 관치의 문제는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사에 대한 정부의 경영 관여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금융위는 오는 3월 초 출범을 목표로 '기업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구축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임기 곧 만료… 대거 물갈이?

이제 시선은 사외이사진으로 향한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진 상당수가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데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가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으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33명 중 28명(85%)이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된다. KB금융은 7명 중 6명, 신한금융은 11명 중 10명, 우리금융의 경우 7명 중 4명, 하나금융은 8명 전원이 해당된다. 사외이사의 임기는 보통 2년으로 재선임으로 1~2년씩 추가 연임하는 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 속 대다수 사외이사가 자리를 내려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올해 주요 업무계획 중 하나로 금융사의 이사회 운영현황에 대한 실태점검 추진을 꼽기도 했다. 이 원장은 "은행의 지배구조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배구조 구축현황, 이사회 운영 및 경영진의 성과보수체계의 적정성에 대해 점검하겠다"며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실태 점검을 실시하는 한편으로 감독 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직접적인 소통을 정례화하겠다"고 말했다.

"당국 관리 필요하지만"… 부작용은?

전문가들은 금융사에 대한 당국의 정책적 관리는 일정 부분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기관 특히 은행과 같이 예금을 수취하는 기관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는 관치로 정의하기 어렵다"며 "대중으로부터 예금을 수취하면서 규모까지 큰 금융지주의 경우 내부 시스템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에 감독 당국의 정책과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금융당국의 정책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금융사들의 사외이사들은 CEO의 '셀프추천' 등을 통한 연임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 교수는 "더욱이 금융업 인허가권자인 금융당국이 인허가 요건인 CEO 자격조건을 점검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자칫 금융당국의 개입이 '관치금융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에서 우려하고 있는 건 CEO들이 조직을 충실히 이끄는 데 최선을 다하지 않고 연임과 '엠파이어 빌딩' 즉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공정성을 상실하는 부분"이라며 "애초에 금융사들이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잘 운영하고 주주를 대표하는 사외이사가 CEO를 잘 모니터링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문제(관치)를 유발할 수 있는 식으로 대응을 하는 게 과연 옳은 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면서 "그렇게 되면 '관치의 문'을 열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안 교수는 이어 "이사회가 CEO 등 경영진을 모니터링하고 그 이사회를 금융당국이 모니터링하는 구조가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향이 될 것으로 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