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게임사들의 고심이 깊다. 사진은 지난 1월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익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 끝없는 불황의 터널… 허리띠 졸라맨 게임사
게임업계, 중동 등 해외로 돌리는 발걸음… 이유가
③ 저물어가는 확률형 아이템 시대… 새로운 BM 찾기 '과제'



게임업계의 오랜 수익모델이던 '확률형 아이템' 시대가 저물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국회 문턱에 와 있다. 여야 간 이견도 없어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여러 게임사들은 확률형 아이템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다. 법안이 시행되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중소게임사와 대형게임사 간 차이를 고려해 유예 기간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 국회 통과 '초읽기'

성남 판교지역 야경. /사진=성남시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뽑기 기회를 얻어 게임 아이템을 무작위로 지급 받는 것이다. 이용자들은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계속 돈을 써야 한다. 게임 유저들이 특정 아이템을 위해 많은 돈을 내면서 확률형 아이템은 자연스럽게 게임업계 핵심 수익 창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게임 유저들의 과도한 소비를 유도하고 확률 조작 의혹까지 일면서 게이머들의 분노가 쌓였다. 게임업계는 2015년부터 자율규제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도 국정감사 업무현황'을 살펴보면 자율규제 대상 게임의 준수율은 여전히 낮다. 게임 전체의 준수율은 81.8%지만 모바일게임은 71.1%, 해외유통업체는 48.9%에 그친다. 이에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율규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게임산업법 개정으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하지만 게임업계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법으로 규제하는 건 과하다고 주장했고 게임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견이 분분했지만 관련 법안 5종이 발의됐고 지난 1월3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해 통과시켰다. 국회 문체위는 다음날인 31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게임산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게임을 주로 하는 20·30대 유권자들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성토 여론이 이는 데다 여야가 대선 때 공약으로 낸 만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로써 게임과 온라인 홈페이지, 광고·선전물마다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표시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게임사가 확률 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표시할 경우 문체부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고, 명령 미이행 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문체부는 게임산업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업계와 학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 제도가 도입 취지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새 BM 찾기 나선 게임사… 확률형 아이템 규제, 유예기간 필요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이 통과되면 게임업계에 많은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사진=넥슨


국내 게임사들의 BM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시행되면 확률형 아이템 이외 다른 수익 창구를 찾는 움직임이 많아질 것"이라고 봤다. 확률형 아이템 대신 유료 배틀패스를 채택하는 게임사들도 늘고 있다.


배틀패스는 구독형 모델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구매하면 과제 달성이나 출석 일수 등 게임 진척도에 맞춰 정해진 보상이나 추가 보상을 획득하는 상품이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과금하던 관행이 개선될 수 있다.

넥슨은 지난 1월12일 선보인 차세대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서 확률 요소를 제외했다. 대신 배틀패스의 일종인 '레이싱 패스' 서비스를 주력 상품으로 했다. 던전앤파이터, 바람의나라, 서든어택 등 자사 대표 게임에도 배틀패스를 채택했다.

지난 1월5일 출시된 그라비티의 3D(3차원)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라그나로크X'도 MMORPG 장르로는 드물게 확률형 뽑기 아이템 판매를 뺐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만큼 캐릭터를 키울 수 있게 했다.

라인게임즈는 지난해 8월 출시한 멀티플랫폼 역할수행게임(RPG)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테스트하던 중 확률형 아이템 관련한 비판이 제기되자 이를 과감히 없앴다. 유료 아이템은 임무를 수행할 때마다 보상을 받는 배틀패스 형태의 '특권'으로 대체했다.

이러한 법안이 시행되기 전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확률형 아이템 BM을 판단하고 정보 공개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생길 마찰을 최소화하자는 주장이다. 자본력을 갖춘 대형게임사는 새로운 변화에 대응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게임사는 작업 중인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업계 전문가는 "게임사 규모에 맞게 유예기간을 차등적으로 줘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중소게임사나 인디게임사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청회를 충분히 거쳐 시행령을 세밀하게 정해야 한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게임에서 확률적 요소는 완전히 빼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며 "급격한 변화보단 사회적 공감을 이뤄내며 추진해야 부작용이 적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