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 '이자장사' 비난에 채용 늘리는 금융권… '반짝효과' 그치나
② 국민·신한·하나·우리, 3배 늘렸는데… 디지털금융 시대 일할 곳 없네
③ 대세? 걸음마? AI뱅커, 손님맞이·환율전망까지… 어디까지 왔나



#. "안녕하세요. 정이든, 이로운입니다. 사원증도 있는 이제는 완전한 직딩(직장인)! 많은 가르침 부탁드립니다"

정이든, 이로운씨는 지난해 2월 NH농협은행에 입사한 2년차 직장인이다. 소속 부서는 디지털R&D(연구개발)센터 DT전략부로 상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입사 첫해 사내 홍보모델 자리까지 꿰찼다. 정이든, 이로운씨의 홍보모델 위촉을 알리는 NH농협은행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글에는 앞으로 잘 부탁한다는 직원들의 댓글이 달렸다.


여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회초년생의 이야기 같지만 이들은 실제 인물이 아니다. 정이든, 이로운씨는 NH농협은행이 2030 직원들의 얼굴을 합성해 만든 인공지능(AI) 은행원이다.

은행문 지키는 'AI뱅커'… 투자정보도 알려준다

AI뱅커 정이든, 이로운./사진=NH농협은행


AI직원이 기존 직원들의 자리를 채우고 있는 건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모습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산되면서 AI직원들은 빠르게 늘어났다.

이미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AI직원으로 손님을 모시고 있다. 신한은행은 2021년 금융권 최초로 AI 기술을 활용한 업무 안내 서비스 기기 'AI 컨시어지'를 서울 서소문 디지로그 브랜치에 도입했다.


AI뱅커와 함께 바다를 건너기도 했다. 신한은행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 'CES 2022'에 'AI 컨시어지'를 소개했다. 이 AI직원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까지 능통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KB국민은행 역시 같은 해 여의도 신관에 고객 상담사 역할을 수행하는 AI뱅커를 도입한 뒤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나은행은 모바일앱 '하나원큐'에서 AI뱅커가 금융시장, 환율전망 등 금융정보를 알려주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연내 AI뱅커를 선보일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정이든, 이로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AI직원들은 주로 고객 응대, 창구 업무를 수행하며 영업점 직원들의 공백을 채우고 있다.

최근엔 은행권에서 주도하던 금융AI 시장에 증권사들도 참여하는 분위기다. 삼성증권은 AI기술을 활용한 '버추얼애널리스트'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하고 이를 활용한 유튜브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버추얼애널리스트'는 삼성증권이 애널리스트의 모습과 음성 등을 AI기술로 학습시켜 만든 가상 인간으로 실제 애널리스트가 방송을 진행하는 것처럼 투자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버추얼애널리스트의 도입으로 애널리스트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삼성증권은 기대 중이다.

"AI직원 확대하자" 성공적 안착 가능할까

신한은행이 선보인 AI컨시어지./사진=신한은행


AI기술은 국내외 금융산업에서 필수 경영 전략으로 부상했다. 홍콩 HSBC은행은 고객 상담용 챗봇·AI 디지털 에이전트를 도입했으며 미국 JP모간은 AI기술로 계약 요건을 검토하거나 자동화 기술에 활용하고 있다. 고객의 질문에 답하는 챗봇(대화형 메신저)의 형태는 물론 투자의사를 결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등 다양한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이 발행한 '금융 AI 시장 전망과 활용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AI 시장은 연평균 38.2% 성장해 오는 2026년이면 3조2000억원 규모로 몸집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도 AI활성화를 위해 신뢰 확보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양질의 빅데이터 확보 지원 ▲AI 활성화를 위한 제도 정립 ▲신뢰받는 AI 활용 환경 구축을 약속했다.

협회, 금융분야 데이터 인프라 기관 등을 중심으로 협업을 통해 금융권이 공동 사용 가능한 AI 빅데이터 구축하고 가명정보를 활용하는 개발·테스트 서버에 대해서는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물리적 망분리 예외를 두는 식이다.

다만 금융AI 시장이 더욱 커지기 위해서는 기술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며 AI가 개입된 판단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각 사별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자유롭게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제공, 테스트환경을 개선하고 AI활용과 관련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현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고위험 분야인 금융 투자, 대출 승인 등에서 전문가의 판단과 AI 시스템의 결과가 모순되는 경우에도 AI의 권장사항을 신뢰하는 경향이 우세하다"며 "AI설계자는 시스템이 의사 결정에 도달한 과정을 기술하고 신뢰할 수 없는 결과가 제공되는 예외적인 상황 등을 제시하는 등 한계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