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감청 의혹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렸다. 사진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7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뉴스1


여·야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감청 의혹을 두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진상조사가 먼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고 더불어민주당은 심각한 주권 침해라며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도 진상조사가 안 된 상태"라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규명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국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김 대표는 "감청 의혹이 불거지면 누가 이익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제3국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익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에 러시아와 미국 사이 여러 갈등이 공개된 것을 고려하면 이 문제에 대해 국익에 부합하는 조치가 무엇인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CIA가 도감청을 한 것이 어제오늘 이야기냐"며 "옛날에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청와대 도감청 문제는 심각했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감청 이유로 한미 정상회담을 꼽았다. 홍 시장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측에서 무엇을 미국에 요구할지 알기 위해서 한 것"이라며 "늘 그래 왔다"고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CIA의 감청 의혹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동맹국 사이에 도감청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미국 측과 협의하고 대응책을 검토해 보겠다고 한 것은 한심하고 비굴하기 짝이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심각한 주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모든 내용이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객관적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 가면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주권국이고 한·미는 동맹 관계"라며 "일국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는 것도 황당무계하지만 동맹국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70년 동맹국 사이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며 "양국의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한다"며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하거나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 등 남의 다리를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