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출근시간 김포골드라인의 종점인 김포공항역에서 내린 승객들이 많은 인파에 떠밀리다시피 환승구로 향하고 있다. /사진=방민주 기자


"밀지 마세요, 다쳐요."

20일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한 승객 A씨(남·23)가 큰소리로 주위를 환기시켰다. 기자가 탑승한 골드라인은 소문대로 지옥철이었다. 기존 지하철보다 내부가 좁은 골드라인은 발 디딜 틈 없이 승객들로 채워져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


지난 11일 김포공항역에서 승객 3명이 호흡 곤란으로 실신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논란이 된 김포골드라인은 혼잡률이 평균 242%, 최대 289%로 나타났다. 골드라인은 이미 누리꾼 사이에서 '김포골병라인', '지옥철'로 불리며 지하철 혼잡의 끝판왕으로 자리잡았다.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출·퇴근 대중교통 전쟁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지만 김포골드라인은 기존 지하철 혼잡과는 차원이 다르다. 50만명이 이용하는 열차의 칸수가 2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머니S가 20일 출근길에 김포골드라인 지하철을 탑승해봤다.

"압사당할 것 같은 공포가"… 오전 7시 지나면 꽉 차

20일 오전 6시40분 풍무역의 출근시간 전 한산한 모습. /사진=방민주 기자


"타본 지하철 가운데 최악이에요."


김포골드라인을 이용해 김포에 사는 딸과 자주 왕래하는 B씨(여·64)는 꽤 이른 시간 지하철에 탑승했다. B씨는 "오전 7시부터 승객이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일찍 나온다"며 "고촌역에 도착하면 이미 만석이라 사람이 탈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사태를 해결하려면 열차를 늘리는 것밖에 없는데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계속 지하철을 타야 하는 상황에 B씨는 분노했다.

여의도로 출근하는 C씨(남·43)는 "원래 버스를 타고 다니는데 오늘 늦잠을 자 지하철을 탔다"며 "지하철에서 압사 위험을 느낀 후 웬만하면 오전 7시 이후엔 지하철을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1시간 더 일찍 일어나 준비해 버스를 탄다"며 아침잠을 안전과 바꾼 김포시민의 오랜 출근 노하우를 들려줬다.
오전 7시부터 본격적으로 출근길 전쟁이 시작된다. 사진은 승객이 빼곡하게 들어찬 김포골드라인 지하철 내부 모습. /사진=방민주 기자


"2칸짜리 열차 누가 만들었어요?"


여의도로 출근하는 30대 여성 D씨(여·34)는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매일 온몸이 압축돼 움직이지 못한 채 타고 다닌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개선할 방법을 묻자 그는 "바라는 게 없다"며 "두칸짜리 열차인데 어떻게 개선하나"라며 "나아질 희망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인천 검단에 사는 30대 여성 E씨(여·36)도 목소리를 높였다. E씨는 "심각하다고 말로만 들었는데 진짜 위험하다"며 "요즘에는 커팅맨과 경찰이 김포공항역에서 탑승을 막아보지만 항상 밀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어서 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김포에 일정이 있지 않은 이상 골드라인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오전 7시40분 열차가 도착하면 이미 만석이라 다음 열차를 타야하지만 몸을 밀어 넣어 열차에 들어가려는 모습. /사진=방민주 기자


"아수라장이야. 안전요원의 말도 안 들어. 아니 못 들어."

역에서 근무하는 안전요원도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한 안전요원은 "실신사고 이후에도 변한 건 없다"며 "돈 벌러 나가는 사람들이 안쓰럽고 불쌍하다"고 김포시민의 고충에 가슴 아파했다. 특히 노인과 여자들이 타기 힘든 노선이라며 "이러다 누가 다칠까봐 항상 무섭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안전요원은 "김포인구가 50만에서 이제 70만이 될텐데 이러다 큰 사고 나면 어떡하냐"며 대책없는 현실을 비판했다.

김포골드라인 지하철 내부 모습. 손을 올리지도 못할 정도로 인파에 둘러싸였다. /사진=방민주 기자


버스는 상황이 어떨까. 기자는 지하철역을 나와 근처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엔 혼잡한 지하철을 버리고 버스를 택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F씨(여·34)는 골드라인을 타고 숨을 쉬기 힘든 경험을 한 이후로 버스로 통근한다고 밝혔다. 그는 버스의 경우 특정 요일과 상황에 교통이 정체되는 단점이 있지만 지하철보다 안전해 선택했다. F씨는 직장이 가까운 양천구여서 가능한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고촌역에서 만난 G씨(남·39)는 "절대 버스를 탈 수 없다"고 말했다. 직장이 강남이라 버스를 타면 통근시간이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아침에는 1~2분이 소중해 정말 힘들지만 꾹 참고 지하철을 탄다"고 말했다. 성인 남성인 그도 좁은 열차에 밀고 들어오는 인원과 섞여 탑승하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포시 긴급대책 발표 이후… 근본 해결책은?


20일 오전 7시26분 김포시 고촌역 버스정류장에 표시된 배차 상황. /사진=방민주 기자


김포시가 실신 사고 이후 긴급대책을 발표했다. 전세버스 투입, 수요응답버스 조기투입, 승차인원 제한, 버스전용차로 연장 등이 주내용이다.

20일 출근길 기자가 직접 고촌역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배차 간격을 확인한 결과 서울에 비해 배차 간격이 길었다. 따라서 김포시가 발표한 대로 버스 배차가 빨라진다면 앞으로 김포골드라인 혼잡도가 줄어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김포시민들은 골드라인의 문제가 이 같은 대책으로 해결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G씨는 "1분1초가 급박한 출퇴근 상황에서 버스는 정시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버스 대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B씨 역시 "오직 지하철 노선 확대, 지하철 차량 확대만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다"며 버스 정책을 불신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김포시민들의 '지옥철 견디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