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재정상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세수 16조 줄고 나라빚 66조 느는데… '재정준칙 법제화' 깜깜
②세수 모자란데… 유류세·종부세·개소세 '종료' 딜레마
③기업 실적 악화, 나빠진 재정… 법인세율 인하 '딜레마'



연초부터 세수가 급격히 줄면서 2019년 이후 4년 만에 세수 결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가 부채는 빠르게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고 국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정준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가 재무 건전성 이미 '빨간불'… 남은 기간도 어렵다

정부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재정적자에 직면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1~2월 총수입은 지난해 동기(106조1000억원) 대비 15.2% 감소한 90조원으로 집계됐다. 지출은 전년 같은 기간(121조2000억원) 대비 5.4% 줄어든 114조6000억원으로 24조6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세수입은 전체 세목에서 감소세가 두드러지며 쪼그라들었다. 지난 2월 말 기준 국세수익은 54조2000억원으로 전년(70조원) 대비 22.5% 축소됐다. 2월 진도율은 13.5%로 최근 5년 평균치(16.9%)보다 3.4%포인트 낮았다.


국세 수입 감소는 경기 둔화와 각종 세정지원이 영향을 미쳤다. 단일 세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득세는 부동산 거래 감소 등 자산시장 둔화로 양도소득세가 줄면서 6조원 감소했다. 부가가치세는 환급 증가와 2021년 하반기 세정지원에 따른 세수 이연 영향으로 5조9000억원 감소했다. 여기에 증권거래세 8000억원, 관세 7000억원, 교통에너지환경세 5000억원 등이 각각 줄었다.
국가 채무 현황. /그래픽=김은옥 기자


국가 부채 증가세는 가파르다. 2022년 말 기준 국가 부채는 1067조7000억원으로 전년(970조7000억원)보다 97조원 늘며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 예산상 국가 채무 규모가 1134조4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66조7000억원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1분마다 부채가 1억2700만원씩 늘어나는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세수 결손이 이어져 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주택 매매량이 줄었고 증권거래대금 역시 감소세다. 고물가로 소비는 위축됐고 1분기 대기업 실적마저 악화하면서 부가가치세와 법인세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금년 세수 상황은 타이트하다"면서도 추경 편성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세입 경정 여부에 대해선 "예산 편성된 범위 내에서 우선 대응할 수 있는 자금집행을 먼저 대응하고 도저히 여의치 않으면 국회에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나라빚 증가세 제어할 '재정준칙' 도입해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8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준칙 컨퍼런스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준칙은 재정 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는 규범이다. 정부는 국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유지하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2%로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새 정부 출범 1년 내 책임 있는 재정준칙을 마련해 국가채무를 관리하겠다"며 재정준칙 법제화를 공략으로 내세웠으나 현재까지 관련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재정준칙 법제화에 반대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지출을 법적으로 제한하면 확대 재정정책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출에 상한이 생기면 복지지출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재정준칙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찬성하는 측은 재정적자가 만성화되고 있어 이를 막기 위해 재정준칙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반대하는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준칙이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부채의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되면서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공개한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채무(D2)비율은 54.3%였다. 보고서는 올해 말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을 전년보다 0.9%포인트 오른 55.3%로 예상했으며 내년 국가 채무비율 전망치도 기존 대비 0.7%포인트 오른 55.9%로 내다봤다. 2025년 전망치는 56.6%, 2026년은 57.2%로 각각 예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부채비율 자체는 높지 않지만 증가 속도가 상당히 빨라 재정준칙을 마련해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며 "재정준칙 법제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의견도 함께 고려해 예외적인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칙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준칙을 만들고 필요에 따라 세부기준 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