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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 세계가 한국의 임상시험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 전 세계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건수를 기준으로 점유율 5위를 달성했다. 한 해 전(6위)보다 한 계단 올라선 순위다. 특히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 진행을 위해 한국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실력 좋은 의료진과 임상시험 인프라가 잘 조성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임상시험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개발 성과는 여전히 저조하다. 잘 차려진 밥상에 해외 기업들만 배불려 준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한국의 임상시험의 현 주소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국가가 직면한 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①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임상시험… 서울로 몰리는 글로벌 제약기업들
②임상시험 수치는 글로벌 '톱'… 정작 글로벌 신약은 '0'
③글로벌 신약 2개·임상 점유율 3위… 종근당·대웅제약 '주도'
신약 개발을 위한 한국 내 임상시험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신약 성과는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2023년 4월 현재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자체 개발에 성공한 국산 신약은 36개다. 여기에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개량 신약을 제외하면 8종에 불과하다. 그나마 SK바이오팜이 FDA의 품목허가를 받고 2020년 5월부터 직접 유통 중인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의 경우 2022년 미국에서만 매출 1692억원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치료제(연 매출 1조원 이상)로 불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국내 시장만 겨냥하는 '우물 안 개구리'
결국 한국에서의 많은 임상시험이 실제 글로벌 신약 개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그만큼 한국에서 이뤄지는 임상시험 대다수가 국내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만을 겨냥하는데 그친다는 것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정보 제공 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등록된 임상시험 중 국내·외 제약사가 한국에서 예정한 임상시험은 모두 595건이다.
이 중 국내 제약사가 국내·외에서 실시하기 위해 등록한 임상시험은 총 257건. 하지만 이 가운데 국내 제약사가 한국에서만 실시하는 임상시험은 91%가 넘는 234건에 달한다. 시기를 2019년부터로 확대해도 국내 제약사가 한국에서만 실시하는 임상시험은 매년 200건이 넘었다. 반면 의약품의 글로벌 출시를 위해 국내 제약사가 2개국 이상에서 실시하는 임상시험은 매년 20건 안팎에 그쳤다.
현재 국산 신약은 36개뿐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임상시험은 어떤 것들일까. 한국에서 진행되는 임상시험 대부분이 국내용 제네릭이나 개량 신약 개발을 위한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2021년 7월 개정 약사법의 시행으로 제네릭이나 개량 신약의 품목허가를 신청할 때 임상시험·생동(생물학적 동등성)시험 요건이 강화됐다. 그동안 중소 제약사들이 제네릭이나 개량 신약 개발 시 비용 절감을 위해 공동으로 임상시험이나 생동시험을 진행하고 시험 결과를 공동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개정 약사법에 따르면 현재 같은 시험 자료는 제약사 3곳만 사용할 수 있다. 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못하면 제네릭이나 개량 신약 약가가 깎일 수 있어 제약사들로선 약가를 유지하려면 임상시험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클리니컬트라이얼스에 등록된 임상시험엔 제네릭 출시를 위해 실시하는 생동시험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이나 개량 신약 품목허가 요건 강화 영향도 일부 있겠지만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연구개발(R&D) 확대 기조는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제약사 R&D 비용, 글로벌 제약사의 '새 발의 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 개발 성과가 저조한 것은 투자가 적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투자 규모를 국내 업체들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력, 우수한 인적 자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자본 문제"라며 "신약 개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를 소화할 자본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글로벌 제약사는 신약 R&D를 위해 연간 수십조원을 투입한다. 2022년 기준 신약 R&D 규모는 ▲로슈 147억달러(19조원) ▲존슨앤드존슨 146억달러(18조9000억원) ▲MSD 135억달러(17조5000억원) 등이다.
반면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중 R&D 투자를 가장 많이 한 곳은 셀트리온으로 4123억원을 사용했다. 이어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문 2760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 2683억원 ▲GC녹십자 2136억원 등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를 모두 합쳐도 R&D 투자 비용은 3조원대에 미치지 못해 글로벌 제약사 1곳보다도 훨씬 투자 규모가 적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R&D 역사는 30년 정도로 이 기간 국산 신약은 36개나 나왔다"며 "다른 제조 산업군의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3%대인데 비해 제약·바이오계는 상장사 기준 10% 이상을 R&D에 사용할 정도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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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