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고금리 상황에서 막대한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조합 간의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열심히 벌었는데 남는 게 없다"… 건설 원가율 위험 수준
(2) 현대ENG·롯데건설, 매출 대비 수주고 '40배'
(3) 매출 늘었지만 어두운 대형건설기업들… '미청구공사' 증가로 몸살


국내 대형건설업체의 수주잔고가 매출 대비 40배에 달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이 오히려 원자재 가격 폭등 시기에 원가율 부담으로 돌아왔다. 부동산 호황기에 높은 영업이익을 기대하며 저가 수주 경쟁을 하던 대형업체들은 이제는 공사 진행마저 손 놓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등 불안감에 떨고 있다.

특히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고금리 상황에서 막대한 사업비를 부담해야 하는 조합 간의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곳곳에서 시공비 인상 문제로 공사 중단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분쟁은 해당 사업장 조합원들은 물론 분양 계약자들까지 입주 지연과 같은 상황에 처할 수 있는 만큼 파장이 상당할 것이란 지적이다.


매출 1조 회사가 수주 55조

10대 건설업체의 올 1분기 매출액 규모를 보면 현대건설이 6조31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물산 건설부문(4조5994억원)과 GS건설(3조5126억원)이 뒤를 이었다. 이어 ▲대우건설 2조6081억원 ▲현대엔지니어링 2조4950억원 ▲포스코이앤씨 2조3638억원 등이 2조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DL이앤씨(1조8500억원) SK에코플랜트(1조4753억원) 롯데건설(1조4212억원) HDC현대산업개발(1조749억원) 등의 1분기 매출액은 1조원대였다.

10대 건설의 매출 대비 수주잔고는 평균 24.4배에 달했다. 올 1분기 수주잔고가 가장 많은 기업 역시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전체 수주잔고 100조5874억원 중 매출에 반영하지 못한 계약잔액이 57조3951억원으로 절반을 넘었다. 현대엔지니어링(98조8115억원)과 대우건설(96조57억원)도 수주잔고가 90조원을 넘는다. 계약잔액이 수주금액의 절반을 넘는 건설업체는 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 등 6개사에 달했다.


공격적인 수주 활동의 결과로 매출 대비 수주 규모가 너무 커 공사 진행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건설업체도 적지 않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주금액은 매출의 39.6배로 10대 건설 가운데 가장 차이가 크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의 공사비 분쟁이 많지만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공장 신축공사 등 그룹이 발주한 사업이 많아 공사비 미회수의 위험이 낮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도 수주금액이 55조4073억원(자체공사 3조6000억원 미포함)으로 매출 대비 38.9배에 달했다. 롯데건설의 경우 계약잔액이 46조6185억원에 달해 전체 수주잔고의 84.1%를 넘었다. 매출 대비 수주금액 차이가 평균 대비 큰 곳은 대우건설(36.8배) SK에코플랜트(36.4배) 포스코이앤씨(27.1배) 등이었다. 현대건설은 매출과 수주잔고 차이가 16.6배로 비교적 적은 편이었다.


강지호 디자인 기자


집값 뇌관 된 공사비 상승

건설업체들은 공공공사와 같이 시공계약 과정에 '에스컬레이션 조항'(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 변경)을 만들어 대비하고 있지만 지금 같은 원자재 가격 폭등 상황을 예측할 수 없었던 시기에 이뤄진 계약들로 인해 최악의 경우 법적 소송으로 가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2019년 완공된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엘시티(LCT)는 입주 7개월이 흐른 지난 2020년 6월 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가 시행사를 상대로 추가 공사비 2400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건설·대우건설·HDC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이 시공하는 총 공사비 4조원대(시공사업단 요구 기준)의 서울 최대 재건축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도 지난해 공사비 다툼으로 공사가 6개월여 중단된 끝에 재개됐지만 현재까지 공사대금 증액 협상을 이루지 못해 소송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업체의 2022년 피소 가액은 총 6조3589억원에 달했다. 10대 건설이 제소한 소송 가액을 합하면 총 11조3000억원이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재건축 조합 등은 소송까진 아니지만 시공사와 공사비 분쟁을 겪고 있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공사비 협상 결렬로 사업기간이 늘어날 경우 사업비 증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는 결국 조합원 분담금 증가와 일반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