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의 입지가 좁아지는 중이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 /사진=뉴시스


▶기사 게재 순서
①"조합비만 걷어가는 노조는 필요 없다"…민주노총 떠나는 조합원들
②양대노총 '대안'으로 떠오른 MZ노조
③목적 잃은 '정치쇼'에 흔들린 양대노총 입지



국내 주요 노동조합총연맹의 입지가 약화하고 있다. 주요 기업 노조 다수가 총파업에 불참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지고 있다. 노동자 권익 신장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파업을 이용한다는 반발에도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국민 신뢰 회복과 내부 결속 강화에 성공해야 노총 영향력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

주요 기업 노조, 5월 총파업 불참… '정치 파업' 비판도

민주노총 금속노조 최대 세력으로 꼽히는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등 주요 기업 노조가 지난달 31일 열린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총파업 이전에 내부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나 금속노조 집행부가 수용하지 않자 총파업 불참을 결정했다. 일감이 많을 때 일해야 회사와 노동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총파업 불참에 힘을 실어줬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전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고 HD현대중공업은 수주 릴레이를 펼치며 업황 반등을 앞두고 있다.

주요 기업 노조 불참으로 인해 5월 총파업은 기아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금속노조 19만명 중 3만명 정도가 총파업에 참석했는데 2만8000명이 기아 조합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위주로 파업이 진행되자 파업 피해 역시 기아에 집중됐다. 기아 노조는 파업 당일 8시간 동안 3개 공장(광명·화성·광주)을 세웠고 약 2700대의 신차 생산이 중단됐다. 회사가 입은 매출 손실은 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5월 총파업은 정치적인 내용을 쟁점화했다. 노동자 권익 신장이 아닌 상급노조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조원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던 배경이다. 금속노조는 총파업 과정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69시간 근로제 등 노동 개악 저지 ▲노란봉투법 제정 ▲최저임금 대폭 인상 등을 요구했다. 요구 사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정부나 여당의 노동 정책을 포괄적으로 반대하는 추상적인 구호에 그쳤다.

파업 당위성이 떨어지는 것도 금속노조의 영향력을 약화 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으로 파업이 진행되니 다른 노조들이 동조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노총 출신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조의 정당한 권리 행사는 보장하지만 불법 파업에 대해선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힘 빠지는 양대 노총… "과도한 요구 지양해야"

지난달 31일 열린 민주노총 금속노조 총파업. /사진=뉴시스


노총의 입지 약화는 가속할 공산이 크다. 여당에서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양대 노총 참여를 제한하는 내용의 경사노위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 경사노위 근로자 위원 임명 조건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의 추천을 받아'에서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각각 대표할 수 있는 사람 중'으로 바꾸는 게 골자다. 기존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는 사실상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의미한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국민의힘·대구 서구)은 "전국 규모의 노동단체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변하기 어렵다"며 이유를 밝혔다.


민주노총에 이어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하면서 다른 노동계 주체가 노사정 대화에 참여할 것이란 관측이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은 최근 한 포럼에서 "MZ세대 위주로 구성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나 한국노총 내 지역·산발 조직과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하태경 의원(국민의힘·부산 해운대구)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경사노위를) 독점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노조 사례를 보면 노동자 권익 신장을 위한 의견 제시를 넘어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 한다"며 "과도한 노조 요구가 이어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뒤처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노조뿐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추세와 기준에 부합하도록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익하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양대 노총의 영향력이 줄어든 배경은 국민들의 반노동 정세 여론과 내부단결 약화 등이 있다"며 "정부와의 대결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국민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꾸고 조합원 결속에 집중해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 주도로 만들어진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프레임도 문제"라며 "노총 내부적으로 지도부의 여러 움직임을 밀어주고 뒷받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