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분업체들이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선물가격과 수입 가격의 시차, 부대비용, 환율 상승 등을 고려해 다음달 밀가루 출하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밀가루. /사진=뉴시스


정부의 밀가루 가격 인하 압박에 라면업계 1위인 농심이 신라면 값을 내리기로 결정하면서 제분업계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7월부터 신라면과 새우깡의 출고가 인하(각각 4.5%, 6.9%)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의 가격을 5.0% 인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매 장려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밀가루 가격을 5% 정도 할인해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제분업계의 발언에 인하 소식을 발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 삼양사 등 7개 한국제분협회 회원사들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제분업체들은 선물가격과 수입 가격의 시차, 부대비용, 환율 상승 등을 고려해 다음달 밀가루 출하 가격 인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다음 달부터 농심 등 제분 대량 구매처에 판매장려금을 높이는 식의 프로모션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분업계 밀가루 가격 인하 검토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이하 발언에 이은 후속 조치다.

추 부총리는 지난 18일 한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기업들이 적정하게 라면 가격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발언한 데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밀 가격은 많이 내렸는데 제품 값이 높은 것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가능성을 좀 더 열심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국제 소맥(SRW)의 6월 가격은 톤당 234달러 수준으로 1년 전인 2022년 6월 371달러와 비교해 36.9% 떨어졌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11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12월부터 내리막세를 걷고 있다.

국내 제분업계는 지난해 원자재 부담 등으로 인상한 밀가루 가격을 유지 중이다. 이로 인해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관련 제품의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제분업계 입장에선 정부의 압박과 더불어 라면업계 1위 농심의 가격 인하 발표에 가격 인하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셈이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격인하는 검토만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에는 공감하나 원가 부담이 여전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