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200마리 구조' 개농장의 참혹함… 진돗개도 미국 입양
채정아 HSI(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한국지부 대표
전체 가구 4분의 1이 반려동물 양육… "개 식용 금지하고 동물실험은 대체돼야"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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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늘어나면서 동물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는 약 552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5.7%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은 세계에서 가장 큰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로 한국을 포함한 50개국 이상에 현지 지부를 두고 있다. 채정아 대표가 이끄는 HSI 한국지부는 개 식용 반대와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농장을 텃밭으로… 개농장주 전업 지원
채 대표는 민간기업의 홍보대행 일을 하던 중 공익적인 일에 대한 열망이 커져 유니세프와 그린피스를 거쳐 지난해 1월 HSI 한국지부 대표를 맡으며 동물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채 대표는 "HSI 활동을 통해 수많은 개들이 불법적으로 식용으로 도살됐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의약품 개발을 위해 동물실험이 반드시 필요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자세히 알게 됐다"며 "말 못하는 동물들을 위해 일하는 현재 생활이 무척 보람있다"고 말했다.
HSI는 2015년부터 매년 식용 개농장에서 개를 구조하고 개농장주의 전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모델스 포 체인지'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20여곳을 전업시키는 데 성공했는데 개농장주는 살수차나 트럭 운전자로 전업하거나 개농장이 있던 곳을 텃밭으로 바꿨다. 채 대표는 지난해 4월 국내 임시보호소 2곳에서 머물렀던 개 60여마리를 HSI 본부가 있는 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 처음 참여해봤다고 설명했다.
미국에 보내지는 개들은 사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HSI 본부의 교육 프로그램을 받은 뒤 일반 가정에 입양된다. 모델스 포 체인지는 HSI 본부에서 지원금을 받고 운영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식용 개농장에서 구조되는 개들은 도사견이 많아 국내 입양은 쉽지 않아서다.
채 대표는 "60여마리를 미국에 보냈는데 진돗개도 포함돼 있었다"며 "아이들이 기죽어 있는 모습이 그렇게 짠하더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올 1월 채 대표는 개농장에서 개를 구조하는 현장에 처음 동행했는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해 4월 개들을 HSI 본부에 보낼 때 함께했던 직원이 '보통 개농장을 방문하면 너무 참혹해서 놀랄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말을 실감했다"면서 "당일 폭우가 쏟아져 오히려 이게 역한 똥 냄새를 가라앉혀 줬다"고 덧붙였다. 이날 채 대표는 약 200마리를 구조했다.
동물보호, 지구 전 구성원 공존을 위한 것
HSI 한국지부는 동물보호를 위한 다양한 법안의 제정을 위해 여야 국회의원과 공조하고 있다. 개 식용을 금지하는 개식용 종식을 위한 특별법안,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등이다.채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구을),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부산 부산진구을)·한정애 의원(서울 강서구병)이 공동대표로 있는 동물복지국회포럼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구갑) 등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과 협력해 관련 법안 발의를 위한 토론회나 사진전 등을 개최하며 대중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채 대표는 지난 2월 동물대체시험법 제정안 통과를 위한 민관 협동 토론회 개최를 주관했다. 그는 "동물대체시험법은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정착하기 힘들다"며 "법안 제정을 통해 정부의 지원이 체계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직 법안 제정까지는 갈 길이 멀지만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투구게 혈액을 대체하는 시험법을 시행한다고 밝히며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동물실험에 활용된 동물 수는 약 500만 마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2015년 250만 마리에서 7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채 대표는 동물보호 활동이 단지 인권보다 동물권이 더 중요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구의 구성원으로서 사람과 동물, 식물 모두 공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약자인 동물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과 식물, 인간 모두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동물과 식물이 인간의 도구로 쓰이고 희생되면 사람만 남게 될 텐데 이런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채 대표는 홍수나 산불 등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동물 구조를 위한 매뉴얼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홍수나 산불이 났을 때 사람을 구하기 바쁘지 사실 동물을 구조할 생각까지는 하지 못한다"며 "그렇지만 노인가정에서 키우는 동물은 사람 이상의 의미를 갖는 가족"이라면서 동물 구조 매뉴얼을 기대했다.
[프로필]
▲서강대학교 화학과/신문방송부 학사 ▲서강대학교 언론대학원 홍보학 석사 ▲디자인스톰 언론홍보담당 대리 ▲정앤어소시에이츠 과장 ▲온뮤직네트워크(MTV네트워크코리아) 과장 ▲유니세프한국위원회 미디어팀장 ▲그린피스 동아시아 후원사업국 부국장 ▲HSI(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한국지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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