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백신·혈액제제 기업 GC녹십자가 희귀질환 신약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12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에 성공한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의 글로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헌터증후군은 'IDS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으로 치료가 늦어지면 15세를 넘지 못하고 사망한다. 남자 어린이 15만명 중 1명에서 발생하는데 타이완에서는 5만~9만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생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GC녹십자는 2020년 중국에서 헌터라제 품목허가를 받아 중국의 첫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이름을 올렸다. 이듬해에는 일본에서 중증형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ICV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헌터라제ICV는 머리에 장치를 삽입해 약물을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이뤄진다.

헌터라제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러시아, 중남미, 중동 등에서 판매 중인데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성장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GC녹십자는 희귀 혈액응고장애 질환 중 하나인 혈우병 치료제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바이오텍 카탈리스트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희귀 혈액응고 질환 관련 신약 후보물질 3종에 대한 자산을 사들였다. 허은철 사장(51·사진)은 "희귀 혈액응고장애 질환을 비롯해 다양한 희귀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글로벌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체 개발한 유전자재조합 A형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중국명 녹인지)를 앞세워 중국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2021년 8월 중국에서 그린진에프의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국내에서 개발된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혈우병 치료제가 중국에서 허가를 받은 것은 그린진에프가 처음이다. 이는 허 사장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허 사장은 2016년 미국 내 환자 모집이 여의치 않자 미국 임상 3상 시험을 중단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중국 시장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허 사장은 당시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상황, 투자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며 "현실적으로 공략 가능한 시장에 집중하고 차별화된 후속 약물 개발을 가속화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국내에 해외 희귀질환 신약 후보물질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지난 2월28일 식약처로부터 소아 희귀 간질환인 알라질 증후군(ALGS)을 적응증으로 신약 리브말리(성분 마라릭시뱃)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제약사 미럼 파마슈티컬스로부터 2021년 7월 마라릭시뱃의 국내 개발·상용화 독점권을 확보했다.

ALGS는 간 담도가 감소하고 담즙이 정체되는 희귀 유전질환으로 10만명당 1명에서 발생한다. 그동안 ALGS 치료법으로는 간 이식이 유일한데 리브말리는 지난해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ALGS 치료제로 품목허가를 한 의약품이다.

GC녹십자는 숙신알데히드 탈수소효소 결핍증(SSADHD)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2021년 7월 미국 바이오텍 스페라젠과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SSADHD는 유전자 결함에 따른 체내 효소 부족으로 인한 유전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뇌전증, 운동 능력·지적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100만명 중 한 명의 비율로 1세 전후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치료제가 없어 발작 증상 완화를 위한 항경련제 처방 등만 이뤄지고 있다. GC녹십자는 스페라젠과 계열 내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 개발 중이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프로필
▲1972년 출생 ▲서울대 식품공학과 학사 ▲서울대 대학원 생물화학공학 석사 ▲미국 코넬대 식품공학 박사 ▲목암생명공학연구소 기획관리실장 ▲GC녹십자 R&D기획실 전무이사 ▲GC녹십자 최고기술경영자(CTO) ▲GC녹십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