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면서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 사진=로이터


▶기사 게재 순서
①제품값의 10% 미만인데… 설탕·우유 가격 상승에 밥상물가 '휘청'
②전기료 인상 압박에 산업계 노심초사… 최종 피해는 소비자
③시멘트값 인상에 부담 껑충… 분양가 고공행진 우려



산업계가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반기 들어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전기요금 인상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석유파동 재연 우려가 커지며 앞으로 국제유가가 더욱 치솟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석유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은 전기요금을 끌어올려 시멘트와 철강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산업계의 생산원가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는 결국 전방산업의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될 것이란 지적이다.

곳곳에 전기요금 인상 압박 요인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34% 오른 배럴당 86.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률은 지난 4월3일 이후 최대다. 12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이날 4% 이상 올라 배럴당 88.1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잇따라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공격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보도로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과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원유 수송 차질 발생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들어 국제유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3월 배럴당 70.31달러까지 떨어졌던 두바이유는 9월 말에는 90달러대로 올랐고 같은기간 WTI 역시 60달러대에서 90달러대로 크게 상승했다. 10월 들어 다시 80달러대 초반으로 떨어지는 듯 했으나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지면서 다시 상승세에 불이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전쟁 자체는 유가를 올리는 요인이다. 지난 1973년 아랍 국가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아랍 석유수출기구(OAPEC) 회원국들이 석유 금수조치를 시행하면서 '제1차 석유파동'이 일자 당시 유가가 3배 가까이 급등한 바 있다.


한국은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전기 생산에 필요한 석유 등 원재료의 수입 가격이 상승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커진다. 앞서 정부와 한국전력은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하기로 했지만 200조원이 넘는 한전의 부채 해결을 위해 향후 전력량요금 등의 조정을 통해 전기요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산업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h(킬로와트시)당 51.6원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산정했다. 하지만 올들어 인상액이 21.1원에 그치면서 30.5원의 인상요인이 남아있다. 최근 한전의 사령탑에 오른 김동철 신임 사장도 전기요금 정상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어 시기의 문제일뿐 인상 자체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11월께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요금 인상 시 철강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사진=이미지투데이


후방산업 부담↑… 소비자에 전가 우려

전기요금 인상은 산업계의 생산단가 입상을 압박한다. 특히 전력사용량이 많은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의 부담이 크다.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해 2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5회에 걸쳐 ㎾h 40.4원 상승했다.

철강업계의 생산원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이상으로 알려졌다. 전기로 비중이 큰 철강업체들의 경우 전기요금이 1㎾h 당 1원 상승하면 연간 부담은 100억원 정도 증가한다. 단순 계산상으로 산업부가 추정한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의 나머지인 30.5원이 한번에 인상되면 3000억원이 넘는 부담금이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시멘트업계 역시 생산단가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20%가량으로 핵심 원자재인 유연탄(25~30%) 다음으로 높다.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생산량과 관계없이 생산 설비를 꾸준히 돌려야 하는 산업 특성상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철강업계와 시멘트업계는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판가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업계는 현재도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놓고 조선사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조선사들이 조선업 회복 저하를 우려해 가격 인상에 반대하고 있지만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면 이를 막을 명분이 사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시멘트의 경우 이미 올해 레미콘업계와 협상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상황이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는 1종 벌크시멘트 가격을 오는 16일부터 톤당 11만2000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며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도 다음달 1일부터 시멘트값을 톤당 11만2100원으로 인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오르면 추가로 가격 인상 압박 요인이 발생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과 시멘트는 대표적인 후방산업으로 판가가 인상되면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의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게 된다"며 "각 업계가 피해를 상쇄하기 위해 분양가나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 경우 결국은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재 국제유가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최근 유가 흐름이 아주 높은 수준이지만 그래도 불확실성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이번 분쟁 발생으로 불확실성이 분명히 커질 것 같다"며 "국내 기업이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