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부회장. / 사진=HD현대


HD현대그룹이 오너 3세인 정기선 부회장(41·사진)을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 개편에 속도를 높인다. 정 부회장은 지난 10일 단행된 HD현대그룹 사장단 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1년 10월 사장에 오른 지 2년 만이다.


HD현대는 정 부회장의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002년 경영에서 손을 떼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번 정 부회장의 승진으로 HD현대는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 이사장의 장남으로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다. 이후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2013년 재입사해 현장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지난해 HD한국조선해양과 지주사 HD현대 대표이사에 오르며 그룹 내 입지를 확대했다.


정 부회장의 경영 능력은 이미 검증됐다. 정 부회장 체제에서 HD현대는 '쉽 빌더(조선사)'를 넘어 '퓨처 빌더(미래 건설자)'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아비커스(자율운항전문 자회사)의 자율운항기술 ▲액화수소운반 및 추진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 3대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그룹의 성장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HD현대는 정 부회장의 승진에 대해 "세계 조선경기 불황으로 전사적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회사의 체질개선과 위기 극복에 앞장섰고 선박영업과 미래기술연구원에 근무하면서 회사 생존을 위한 일감 확보와 기술개발을 통한 미래 준비에도 힘을 쏟았다"며 "2016년에는 선박서비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HD현대글로벌서비스 출범에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이어 "조선업 외에도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혁신에 앞장섰으며 수소, 인공지능(AI)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도 집중해 왔다"고 부연했다. 정 부회장은 앞으로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해진다.

과제는 지분 승계를 통한 지배력 확대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다. 현재 HD현대 지분은 정몽준 이사장이 26.60%, 정 부회장이 5.26%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선 순차적으로 지분 상속이 이뤄져야 하는데 상속세율이 60%인 점을 고려하면 승계 시 정 부회장이 내야 할 상속세는 최소 6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재계는 정 부회장이 HD현대 계열사들의 상장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