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 붕괴'로 드러난 낙후된 美 인프라 민낯…예산도 관심도 부족
"당장 교체해야 하는 교량 많아"…10%가 손상 정도 심각
GDP 1.5~2.5%만 인프라에 투자…철로, 댐도 사고 잇따라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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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현지시간) 메릴렌드주 볼티모어 퍼탭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화물 컨테이너 선 ‘달리’와 충돌 사고로 무너지고 있다. 2024.3. 27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6명이 숨진 미국 볼티모어 교량 붕괴 사고로 미국의 고질적인 인프라 노후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이미 오래전부터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빗발쳤지만 이에 대한 무관심으로 예산 배정도 제대로 안 되고 문제가 방치됐다는 지적이다.
29일(현지시간) 미국 과학·탐험 전문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볼티모어의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 붕괴 사고는 노후화된 교량을 유지보수할 자금과 동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 인프라가 부닥친 문제를 부각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지난 26일 오전 1시 27분쯤 화물선 한 척이 패타스코강에서 동력을 잃고 표류하다 프란시스 스콧 키 브리지와 충돌해 교량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다리 중간에서 보수 공사에 나선 노동자 8명이 물에 빠졌다. 이중 2명은 구조됐고 2명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4명은 실종됐다. 다만 당국은 실종자들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해 수색을 중단했다.
현재 당국은 교량 잔해 제거를 위해 거대 크레인을 투입 중이며 연방정부는 철거와 재건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전체 비용은 2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로 예상된다.
| 27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프랜시스 스콧 키 대교가 끊어진 모습. 2024.03.2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
이에 전문가들은 키 브리지 외에도 미국 전역에 유지보수가 필요한 구조물이 넘쳐나지만 주목을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리아 리먼 미국토목학회(ASCE) 회장은 "곳곳에 경고 신호가 있다"라며 "전국에는 돈만 있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교체해야 하는 교량들이 수두룩하다"라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는 61만7000개의 크고 작은 교량이 있으며 이 중 10분의 1이 이미 손상 정도가 심각하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짚었다.
WAP 지속가능성 컨설팅의 인프라 담당 국장 암란 무커지는 "우리는 이미 재앙적 상황에 근접해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미국에서 교량 노후화로 인한 피해는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2007년 미네소타주에서는 I-35W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로 13명이 사망하고 145명이 부상했다. 2021년에는 미시시피강을 가로지르는 에르난도 데 소토 다리에서 균열이 발견돼 보수 공사로 3개월이나 통행이 차단된 바 있다.
ASCE가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매일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는 교량 위로 1억7800만 회 주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27일(현지시간) 메릴렌드주 볼티모어 퍼탭스코강을 가로지르는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가 화물 컨테이너 선 ‘달리’와 충돌 사고로 폭삭 무너진 모습이 보인다. 2024.3. 2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하지만 리먼 회장은 미국이 국내총생산(GDP)의 1.5~2.5%만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있고, 이는 유럽연합(EU)이 지출하는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이처럼 인프라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대부분의 교량은 적정 기간인 30~50년을 훌쩍 넘기면서 계속 사용되고 있다.
또 교량뿐만 아니라 철로와 고속도로, 댐 등 필수 인프라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곳곳에서 열차 탈선과 댐 붕괴 등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2021년 미 의회에서 초당적 인프라법이 통과되면서 기반 시설 투자를 위해 5년간 1조2000억 달러(약 1614조 원)가 확보된 점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를 정기적으로 갱신하지 않는 한 이는 땜질식 처방에만 그칠 것이라며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바로 유지보수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리먼 회장은 "지붕에 새는 곳이 있으면 지붕널을 교체하고 타르만 조금 바르면 된다"라면서도 "(당장 고치지 않고) 그냥 놔두면 작은 수리로 끝나지 않는다. 지붕 전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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