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성과보상 방안으로 도입한 RSU 제도가 대주주의 승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 사진=이한듬 기자
한화그룹이 성과보상 방안으로 도입한 RSU 제도가 대주주의 승계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 / 사진=이한듬 기자




▶글 쓰는 순서
①직원도 주주도 "환영"… RSU,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책?
②RSU, 정말 대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일까
③외국서 활발한 RSU… 한국선 이제 시작



스톡옵션 보상제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놓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대상에서 제외되는 스톡옵션과는 달리 지급 대상에 대한 별도의 제한이 없어 대주주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적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보상 시점이 너무 멀고 미래의 주가를 기준으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수년 후의 주가를 현시점에서 쉽게 예측할 수 없어서다.

RSU 논란, 대체 뭐기에

RSU는 말 그대로 양도가 제한된 주식을 말한다. 현금 성과급 대신 근속이나 성과 등 약정된 조건이 충족된 이후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임직원은 최대 10년 이후에나 실제 주식을 수령할 수 있고 퇴사하더라도 약정 기간을 채워야 주식을 받을 수 있다.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퇴사해버리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단기성과보다는 장기성과와 임직원 책임경영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주식의 현재 가치가 아닌 전환 시점에서의 가치에 따라 최종 지급받는 보상액이 달라져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전념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RSU는 경영진과 회사, 주주 모두에게 효율적인 성과 보상 제도로 평가받는다. 해외에서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화, 네이버, 쿠팡, 두산 등이 활용 중이다.

하지만 RSU가 대주주의 지배수단 강화로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건 한화다. 한화는 2020년 현금으로 지급하는 임원 성과급제를 줄이거나 폐지하는 대신 성과 창출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5~10년 뒤 보상하는 RSU를 도입했다. 대표이사급 핵심 임원은 이상은 10년, 전무급은 7년, 기타 주요 임직원은 5년간 의무 보유 기간을 거쳐야 한다.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도 부여가 가능하다. 이에 따라 김동관 부회장도 제도 시행 이후 지난 4년간 주요 계열사로부터 RSU를 부여받았는데, 10년 후 이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이 상승해 그룹 내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논란의 골자다.

이 같은 해석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급 받은 주식 규모가 미미한 데다 전환 시점이 10년 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 부회장이 현재까지 ㈜한화로부터 부여받은 RSU 규모는 전체 주식의 0.35% 수준이다. 김 부회장이 1년에 취득하는 ㈜한화 지분이 0.1%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100년을 받아도 10%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 입장에선 RSU보다는 당장 현금 성과급을 받아 지주회사격인 ㈜한화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지분 확보에 훨씬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사진=한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사진=한화


주가 떨어지면 보상↓… 세금 부담도

김 부회장이 RSU를 자의적으로 활용할 수도 없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등기임원의 RSU는 한화 이사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안건은 개별 부여 대상자를 별건으로 부의하고 대상자가 포함된 안건에는 대상자에게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이는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결정되고 사업보고서와 재무제표 주석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시하고 있다.

회사가 김 부회장을 위해 무리하게 RSU를 지급할 수도 없다. 이사가 회사에 제공하는 직무와 지급받는 보수 사이에는 합리적 비례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사회 의결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득한 보수한도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철영 한국예탁결제원 전무는 지난해 자유기업원이 주재한 '경영자 보상을 위한 RSU 활용' 토론에서 "만약 회사가 현저하게 과도한 RSU를 지급한 경우 이사가 주의의무·충실의무에 위반해 회사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한 것이 되기 때문에 배임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RSU 부여는 위법행위로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RSU가 주가연계보상인 점도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와 거리가 멀다는 판단에 힘을 싣는다. RSU는 전환 시점에 주가가 떨어지면 그만큼 보상이 줄게 된다. 미래의 주가는 오를 수도, 떨어질 수도 있다. 현시점에선 정확한 보상 규모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RSU의 단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오히려 RSU를 받은 임직원들은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전념할 수 밖에 없다. RSU가 승계를 위한 도구보다는 회사·주주·임직원 모두에게 긍정 효과를 주는 제도로 평가받는 이유이다.

세금 측면에서도 큰 이득이 없다. RSU에 따라 주식 취득시 부과되는 소득세는 45%이며 지방세를 포함하면 49.5%까지 올라간다. 받은 주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승계를 위한 주식 증여·상속시의 세금(최대 60%)보다는 낮지만 절세 효과가 크지는 않다는 평가다.

고액의 세금 재원 마련을 위해 일시에 대량 처분할 경우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고 일반 주주들에게도 피해를 끼칠 가능성도 크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화는 RSU의 50%만 주식으로 지급하고 50%는 그 주식 가격에 연동해 현금으로 지급한다. 한화 관계자는 "주가가치연계현금으로 그대로 소득세를 납부하게 함으로써 가급적 지속 보유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