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어젠다] 철학·스탠퍼드…'팔란티어의 신화' 쓴 5명의 키맨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①-2]
'서구 민주주의 수호' 회사의 방향과 철학 세운 피터 틸·알렉스 카프
'아이디어 현실화' 스티븐 코헨·조 론스데일
'엔지니어를 현장에' 사업 모델 완성한 샴 생커
기업가와 기술자들이 네트워크 통해 창업부터 전략·기술 성장 일궈내
인재 붙들어 놓은 '주식 기반 보상(SBC)'…회사 성장 따라 보
이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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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힘의 논리로 국제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신기술 개발로 전쟁의 양태가 급변하고 있기도 하다. 전장에선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드론을 비롯한 무인 무기, 위성 통신 시스템과 전자전 장비가 승패를 가른다. '동행미디어 시대'는 3부작 기획을 통해 달라진 안보 패러다임을 조명한다. 1부에서는 현대 기술전의 핵심인 '팔란티어'를 해부하고, 2부에서는 현대전 양상과 각국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3부에서는 혁신 기술을 안보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미비한 한국의 현실을 진단한다. 그리고 4월 16일 '새로운 전쟁의 시대: K방산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서울 상공회의소에서 포럼(국방부 후원)을 개최한다. 안보 전문가 등이 '기술 전력화'를 위한 제도적 해법을 논의한다.
팔란티어는 혁신적인 기업가와 기술자들이 한데 모여 만든 네트워크의 결과물이다.
피터 틸과 알렉스 카프, 스티븐 코헨과 조 론스데일이라는 네 명의 공동 창업자와 샴 생커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오늘날의 팔란티어를 만든 '키맨'들이다. 이들을 한자리에 모은 원동력은 피터 틸의 광범위한 인맥과 스탠퍼드라는 학연이었다.
피터 틸이 스탠퍼드의 친구들을 불러 모으고 다시 그들이 새로운 인재를 데려오면서 팔란티어는 성장해나갔다. 이처럼 견고한 인적 네트워크는 팔란티어가 고유의 철학을 확립하고 기술적 기반을 다지는 든든한 기반이 됐다.
창업과 사상적 기반 다진 피터 틸 의장과 알렉스 카프 CEO… '기술로 서구 민주주의 수호' 가치관 확립
팔란티어는 국가 안보를 실리콘 밸리의 기술과 접목하기 위해 탄생했다. 피터 틸 팔란티어 의장과 알렉스 카프 CEO는 회사를 공동 창업하며 '기술을 통해 서구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가치관을 세웠다.
결정적인 계기는 9.11 테러였다. 당시 미국은 FBI와 CIA 등 기라성 같은 정보기관이 있었지만 테러 기도를 막지 못했다. 사후 조사 결과 정보기관 간 정보의 분석과 공유가 제대로 되지 않았단 문제가 드러났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였던 피터 틸은 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창업을 결심했다. 그의 창업을 현실화하고 회사의 철학을 확립하는 데에는 스탠퍼드 로스쿨 동기인 알렉스 카프가 큰 역할을 했다. 페이팔을 매각한 틸은 회사를 설립하면서 독일에서 철학 박사를 딴 카프를 영입했다.
카프의 합류를 통해 회사는 명확한 가치관을 세웠다. '기술을 통해 서구 민주주의를 보호한다'는 대원칙을 세우는 한편 '개인정보와 시민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도 정립했다. 카프는 CEO를 맡으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한편 빅 브라더의 출현을 우려하는 고객을 철학적으로 설득하며 사업 범위도 확장했다.
피터 틸은 회사의 사업 아이디어와 자금 투자를 맡았다. 그가 창업했던 페이팔은 금융 범죄자들의 진화하는 사기 수법을 막고자 이고르(Igor)라는 프로그램을 만든 바 있었다. 그는 이 솔루션을 테러리스트 추적에 적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에 더해 틸은 자금 확보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02년 페이팔을 이베이에 15억달러에 매각한 틸은 이 자금을 팔란티어의 성장에 쏟아부었다. 그의 자금은 팔란티어의 사업 초기의 투자와 발전의 마중물이 됐다.
틸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한 스티븐 코헨과 조 론스데일
앞선 두 사람의 아이디어와 철학을 기술과 조직으로 현실화한 사람은 조 론스데일과 스티븐 코헨이다. 두 사람은 제품 설계와 인재 영입, 프로그램 개발에서 활약하며 팔란티어의 손과 발을 만들었다.
조 론스데일은 앞선 두 사람과 함께 팔란티어를 공동 창립한 인물이다. 스탠퍼드 재학 시절부터 피터 틸의 눈에 들었고 페이팔과 피터 틸의 헤지펀드인 클라리움에서 일하던 중 팔란티어와 함께하게 됐다.
그는 피터 틸이 페이팔의 '이고르'를 대테러에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자 이를 소프트웨어 형태로 고안했다. 또한 스탠퍼드대의 학연을 이용해 공동 창업자 스티븐 코헨과 최고기술책임자 샴 생커 등을 영입했다. 비록 지금은 팔란티어를 떠났지만 벤처캐피탈 8VC를 설립해 성공이 운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스티븐 코헨은 앞선 세 명과 함께 팔란티어를 공동 창립했다. 조 론스데일의 친구로 스탠퍼드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그는 피터 틸의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았다.
특히 코헨은 8주 만에 데모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낸 일화로 유명하다. 사업 초기 CIA 산하의 벤처 캐피탈인 인큐텔(In-Q-Tel)과의 미팅이 잡혀 있었는데 설득을 위해서는 프레젠테이션이 아닌 실제 구동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했다.
이에 그는 동료들과 밤을 새가며 단 8주 만에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팔란티어는 인큐텔로부터 200만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낼 수 있었다. CIA가 팔란티어의 사업을 보증한다는 메시지는 이후 회사의 성장에 강한 힘이 됐다.
최고기술책임자 샴 생커, 운영과 기술 전략 맡아… 엔지니어가 전방에서 활동하는 FDE 문화 정착
여기에 조 론스데일의 스탠퍼드 대학 룸메이트였던 샴 생커도 힘을 보탰다. 그는 팔란티어에 합류해 운영과 기술 전략을 총괄하며 회사의 핵심 조직 문화인 전방 배치 엔지니어(FDE)를 실현한 인물이다.
팔란티어의 프로그램들은 복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정성과 보안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유지보수가 까다로웠다. 이에 그는 엔지니어를 고객이 직접 사용하는 현장으로 보내자는 발상을 했다. 말뿐만 아니라 그 스스로도 창업 초기 직접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오가며 FDE로 뛰었다.
이 같은 FDE의 '밑바닥 영업(Bottom-up Salemanship)은 현장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냈다. 직접 생활하며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이 전략은 팔란티어의 성공적인 사업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며 회사의성장 가도를 열어줬다.
파격적인 '주식 기반 보상' … 억만장자 엔지니어들의 '황금 수갑'
팔란티어의 키맨들이 20년간 흩어지지 않고 꾸준히 혁신을 창출해온 원동력은 주식 기반 보상(SBC)으로 대표되는 파격적인 보상 체계다. 실제로 알렉스 카프 CEO는 직원들에게 단순한 급여가 아닌 "피터 틸과 같은 창업자가 누리는 벤처 수준의 수익"을 제공한다고 언급했다.
즉 팔란티어는 직원이 회사의 주주로서 성장의 과실을 직접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기본급은 낮지만 회사 가치가 오르면 보상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형태다. 대표적인 요소가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다. 주가가 특정 목표를 달성해야 권리가 확정(베스팅) 되는 구조로 경영진의 이익이 주주 가치 상승과 철저히 일치하게 되어있다. 경영진에게 채워진 '황금 수갑'인 셈이다.
실제로 이는 팔란티어의 재무제표에 드러나는데 매출의 상당 부분이 주식 기반 보상으로 지출된다. 2024년 1분기에만 1억2500만달러, 2024년 전체로 보면 6억달러 이상이 SBC 관련 비용으로 계상됐다. 단기적인 회계상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인재 유지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월가는 비용이 막대하다며 비난했지만 경영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당장의 재무제표를 포장하기보다 자신들의 보상이 걸린 '10년 뒤의 기술 독점'을 위해 비난을 감수했다. 결과적으로 이 SBC는 인재들이 팔란티어의 성장에 철저하게 자신들의 인생을 베팅하게 만드는 데 공헌했다.
◆특별취재팀=제도혁신연구소 이상언 소장·이무영 부소장, 정치경제부 김인한·김성아 기자, 산업1부 최유빈 기자, 증권부 이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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