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월드 디펜스 쇼(WDS) 2026'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 체계를 선보인다. 사진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WDS 2026 한화 부스에 전시된 한화의 대공방어체계 라인업.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월드 디펜스 쇼(WDS) 2026'에 참가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통제 시스템과 운영·유지·보수(MRO) 플랫폼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동 시장 공략에 나섰다. 가성비를 앞세운 하드웨어 완제품 수출에서 소프트웨어와 설루션 중심으로 수출 구조를 고도화해 사우디 국방 예산의 성패를 가르는 '지능형 파트너' 자리를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한해 약 790억달러(110조원)에 달하는 국방비를 지출하는 사우디는 글로벌 방산 시장의 큰 손으로 한국 기업들의 핵심 고객이다. 정부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국방비의 50% 이상을 현지에서 조달하겠다는 강력한 방산 현지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전통적인 방산 강국들은 핵심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적극적인 기술 협력과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제안하며 사우디의 전략적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한화시스템이 내세운 전략 아이템은 2세대 유지·보수·정비(MRO) 특화 플랫폼인 'TOMMS'(Total Operation & Maintenance Management System)다. 무기체계는 도입 비용보다 운영 기간 발생하는 유지보수 비용이 크기 때문에 사우디처럼 대규모 군비를 운용하는 국가에 MRO 효율화는 국방 예산의 핵심 변수다.

TOMMS는 빅데이터 분석과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장비의 고장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정비 주기를 최적화하는 '예지 정비' 기능을 핵심으로 한다. 한화시스템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군 운영 결과 기존 85% 수준에 머물던 장비 가동률을 97%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평균 정비 기간을 기존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단축해 전력 공백을 최소화했다.


사우디 정부 입장에서는 자국 내 무기 운영의 자립성을 높이고 천문학적인 관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TOMMS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시스템은 이를 통해 무기 판매 이후 수십 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WDS 2026 한화 부스에서 선보인 한화시스템의 ‘AI 위성영상분석 솔루션이 탑재된 이동형 지상국’. /사진=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사우디 다목적레이다(MMR)를 통한 통합 방공망 구축 수주를 가능성을 높였다. WDS에서 최초 공개된 MMR은 저고도 드론부터 탄도미사일까지 다양한 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하는 통합 설루션이다. 사우디에 이미 수출된 '천궁-II' 다기능레이다(MFR)의 운영 노하우를 계승하면서도 탐지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혔다. 기존 방공망과의 연동성이 뛰어나 후속 수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략 품목으로 평가받는다.


0.25m급 소형 SAR 위성을 활용한 감시정찰 역량도 선보였다. 사우디는 광활한 영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독자적인 위성 자산을 필요로 하는데 한화시스템은 올해 발사 예정인 소형 SAR 위성 로드맵을 제시했다. 악천후나 야간에도 구애받지 않고 고해상도 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이 기술은 사우디 국방부가 추진 중인 우주 정보 자산 확보 사업이다. 지상 관제 시스템을 이동형 쉘터로 구성해 생존성을 높인 점은 현지 환경에 최적화된 설계로 꼽힌다.

해양 주권 수호를 위한 '스마트 배틀십' 설루션도 공개했다. 한화시스템은 함정전투체계(CMS), 통합기관제어체계(ECS), 통합항해체계(IBS)를 하나로 융합한 지능형 함정 시스템을 제시했다. 이 시스템은 승조원 인력을 절반 가까이 줄이면서도 전투 효율은 높일 수 있어 병력 부족 문제를 겪는 사우디 해군의 현대화 사업에서 강력한 경쟁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WDS 2026은 한화시스템의 중동 내 지위를 '무기 공급자'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국영 방산기업(SAMI) 및 군수산업청(GAMI)과의 협력이 구체화될 경우 사우디를 교두보로 삼아 인근 중동 국가 및 아프리카 시장으로의 수출 영토 확장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AI 기술이 접목된 미래형 통합 무기체계와 네트워크 중심 전장 설루션을 앞세워 대한민국 방산 기술 경쟁력을 중동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며 "중동 시장 안보·경제 부문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