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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 금융시장과 결제 산업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는 가운데 비자(Visa)는 이를 '기존 시스템의 대체'가 아닌 '확장과 진화'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명확성과 기술 인프라, 신뢰를 결합한 '통합 네트워크' 전략이 스테이블코인 시대의 비자 경쟁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니신트 상하비(Nischint Sanghavi) 비자 아시아태평양 디지털 커런시 총괄은 12일 미래에셋센터원빌딩 비자 코리아 오피스에서 열린 미디어 세션 '스테이블코인 인 액션(Stablecoins in Action)'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및 정산 구조에 가져올 변화 속 비자가 수행할 전략적 역할을 소개했다.
상하비 총괄은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맞게 확장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지시(payment instruction)와 정산(settlement)이 거의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구조의 한계를 보완한다"며 "이는 단순히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결제 인프라 자체가 점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금융 시스템은 영업일·영업시간 중심으로 작동해 왔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365일 거래가 가능하며 국경 간 자금 이동에서도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흐름의 가시성과 통제력이 높아지고, 소비자는 P2P(개인 간 거래) 송금 등에서 거의 실시간에 가까운 경험을 누릴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16~2017년경 태동해 2020년 약 200억달러 규모였으나 현재는 약 270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 불과 몇 년 만에 13배 이상 확대된 셈이다. 2030년에는 3조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이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대한 전망치이며 다른 미국 대형 은행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규제 정비 측면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다. 글로벌 상위 시장 중 다수가 아시아에 위치해 있으며 싱가포르와 홍콩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규제 명확성을 확보했다.
상하비 총괄은 "유럽의 가상자산규제기본법(MiCA), 미국의 지니어스액트(Genius Act)등 관련 법안이 통과돼 규제 명확성이 강화되면서 시장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도 제도 논의가 글로벌 벤치마크를 참고해 구체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시대에 비자의 역할에 대해 상하비 총괄은 "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발행하지 않는다. 특정 체인이나 특정 발행자를 지지하는 구조도 아니다"라며 "우리의 역할은 중립적인 글로벌 결제 인프라 제공자"라고 말했다.
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을 자사 네트워크에 통합해 ▲카드 결제 ▲정산 ▲자금 이동 ▲리스크 관리 등 기존 상품 전반에 접목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즉 스테이블코인을 '대체 통화(alternate currency)'로 네트워크 안에 편입시켜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새로운 기술이 결제 산업에 영향을 미칠 때마다 비자는 항상 네트워크의 연결자로서 참여해왔다"며 "스테이블코인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했다.
비자 "한국, 규제 명확화 우선돼야"
비자는 단순 연결자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기관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온체인 금융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비자가 보유한 토큰화 엔진(tokenization engine)은 스마트 계약 기반의 발행(minting)과 소각(burning) 기능을 제공한다.이를 통해 은행이 예금 토큰화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로 스페인의 BBVA(스페인 자산 기준 2위 은행)와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홍콩통화청 파일럿에도 참여했다. 파일럿은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여 기업이 지급금을 사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비자의 프로그램이다.
상하비 총괄은 "많은 금융기관이 블록체인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자는 기술 플랫폼과 핵심 역량을 제공해 이들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비자는 법정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지급하는 서비스도 시범 운영 중이다. 다만 이는 거래소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당 서비스는 핀테크 기업이나 은행과 협력해 자금 이동 과정에서 법정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해 지급하는 구조다. 비자가 직접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암호화폐 거래를 중개하거나 자체 거래소를 운영하는 형태는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 파일럿을 진행 중이며,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네트워크 사업자가 불필요해질 수 있다는 질문에 대해 상하비 총괄은 "위협이 아닌 기회"라고 답했다.
그는 "미래에는 사용자가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며 "백엔드에서 가장 효율적인 통화와 기술이 선택되고, 소비자는 단지 결제를 경험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비자는 다양한 결제 수단(현금, 카드, 신용, 스테이블코인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안전성·규제 준수·신뢰를 제공하는 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의 경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진행 중이며 원화 기반 발행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이에 대해 비자는 구체적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규제 명확성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상하비 총괄은 "법이 명확해져야 은행과 핀테크 등 고객사가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비자는 어떤 형태가 되든 국내 규제 환경에 맞춰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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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빈 기자
안녕하세요. 이예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