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구다이글로벌의 기업가치가 10조원까지 거론되면서 창업주 천주혁 대표의 경영 철학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구다이글로벌


기업가치 10조원이 거론되며 올해 IPO 최대어로 떠오른 구다이글로벌이 최근 상장 주관사단을 선정했다. 이에 맞춰 미국 유통사 '한성USA'를 인수하는 등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창업자 천주혁 대표(39)의 경영 스타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천 대표는 뷰티 업계에서 실리주의자이자 '은둔의 경영자'로 통한다. 매출이 1조원이 넘는 규모로 회사가 성장했지만 대외 활동을 자제해왔다. 화려한 행사보다는 사무실에서 데이터 시트를 분석하는 것을 선호하는 성향으로 알려졌다.

1987년생인 그는 숭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구로디지털단지에서 1인 기업으로 창업했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해 초기에는 한국 화장품을 해외에 판매하며 소규모 유통을 했다. 화장품 전공자나 대기업 마케팅 출신이 아니지만 기존 업계의 뻔한 방식을 벗어난 창의적인 경영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 대표의 성공 신화는 우연한 '아마존 잭팟'이 아니다. 창업 초기 중국 시장을 발로 뛰며 한국 화장품 유통의 생리를 밑바닥부터 체득했다. 사드(THAAD) 사태로 중국 수출길이 막히자 좌절하는 대신 '미국 거주 중국인'을 공략하는 역발상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당시 그는 조선미녀의 해외 유통 파트너로 활동하며 아마존의 알고리즘과 데이터가 주는 힘을 느꼈다. 이때 "이 브랜드는 내가 직접 운영하면 10배는 더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엑시트보다 성장'… 지독한 워커홀릭

그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데이터'와 '실리'다. 2020년 경영난을 겪던 조선미녀를 인수한 뒤 데이터 기반 마케팅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냈다. 천 대표는 평소 '화장품은 감성'이라는 통념 대신 철저한 데이터 의사결정을 강조한다. 그는 브랜드 인수 전 2년간 개인 회계 과외를 받으며 재무제표와 M&A를 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의 영혼보다 재무제표의 하방(下防)이 우선"이라는 실리주의 원칙도 이때 정립됐다.

천 대표는 돈보다 일 자체를 즐기는 워커홀릭으로도 유명하다. 창업 초기 연매출 4억5000만원이던 회사를 이듬해 26억원으로 6배 가까이 불릴 만큼 사업에 몰입했다. 과거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회를 포기한 일화도 있다. 조선미녀가 성장한 뒤 수천억원대 매각 제안이 쏟아졌으나 그는 "일을 하지 않는 삶에 대한 공포로 우울증을 겪었다"며 매각을 철회했다. 이후 단일 브랜드 매각 대신 티르티르, 스킨1004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멀티 브랜드 빌더'로 전략을 수정했다.


천 대표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한국 화장품 수출액이 프랑스의 70% 수준"이라며 "한국에서도 시총 100조원 뷰티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천 대표는 겉치레보다 실질적인 성과와 데이터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시장 흐름을 읽는 감각과 과감한 배팅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