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4 제품 사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에 성공하며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SK하이닉스 역시 글로벌 고객 기반을 넓히며 선두를 지키려는 모습이다. 메모리 초호황기 속 양사 모두 HBM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는 만큼 향후 실적 역시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주도권 다툼이 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에서 처음으로 HBM4를 양산 출하했다. 최선단 공정 1c D램(10나노급 6세대)과 성능·전력 효율을 개선한 4나노 공정을 적용해 안정적인 수율과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 국제반도체표준기구(JEDEC) 표준 8Gbps를 약 46% 상회하는 11.7Gbps의 동작 속도를 구현했으며 향후 13Gbps까지 확장도 가능하다.

고객사 공급 요청에 힘입어 올해 HBM 매출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최상위 HBM4를 주축으로 탑재할 거란 관측이 나오면 가장 먼저 HBM4를 출하한 삼성전자가 시장 우위를 점할 거란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HBM4 가격은 경쟁사 대비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양산 출하한 HBM4 제품 가격은 개당 약 700달러로 전작(HBM3E) 대비 20~30% 비싸다.


송재혁 삼성전자 CTO도 지난 11일 열린 '세미콘 코리아 2026'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HBM와 관련해 "(고객사 반응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차세대 제품 라인도 다각화하고 있다. HBM4E의 경우 올해 하반기 샘플 출하를 앞두고 있다. HBM4E는 HBM4의 기본 구조를 바탕으로 동작 속도·대역폭·전력 효율을 향상시킨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다. 고객사 AI 가속기·GPU 아키텍처 등에 최적화된 커스텀 HBM의 경우 내년부터 순차 샘플링을 시작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CES 2026'서 전시한 HBM4 16Hi 48GB.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글로벌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며 메모리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달 초부터 미국에서 주요 빅테크 기업 CEO들과 연이어 회동하며 글로벌 파트너십을 공고히 했다. 그는 가장 먼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AI 산업 현황과 HBM 공급 계획 등을 논의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엔비디아의 HBM4 물량 중 3분의2 가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며 다음 달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할 예정이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브로드컴 CEO들과도 만남을 이어갔다. 최 회장은 혹 탄 브로드컴 CEO와 그동안의 HBM 기술 협업을 기반으로 차세대 AI 칩 아키텍처와 메모리 통합 기술 대응 전략에 대해 공유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와는 HBM 협력 및 AI 데이터센터 강화 전략,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도 자사 HBM을 MITA(메타 AI 가속기 개발 프로젝트)에 최적화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는 AI 메모리 장기 공급 협력 방향에 관해 의견을 모았다.

공정 혁신 로드맵도 새롭게 구축 중이다. 이성훈 SK하이닉스 부사장(R&D공정 담당)은 '세미콘 코리아 2026' 기조연설에서 "개발 주기를 유지하기 위해 테크 개발에 플랫폼 개념을 도입했다"며 "LoD(기술 난이도)를 정량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반 협업을 통해 공정 효율도 높여갈 계획이다. 그는 "AI 모델을 활용하면 기존 방식 대비 광범위한 물질을 단기간에 검토할 수 있고 최소한의 실험만으로도 최적의 공정 조건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시장 흐름 속 양사 실적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약 32조3700억원, 27조8000억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모건스탠리는 연간 기준으로 삼성전자는 올해 약 245조7000억원, SK하이닉스는 약 179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