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 / 사진=이한듬 기자


다음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를 둘러싼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MBK·영풍 측은 여러 건의 주주제안을 제시하며 현경영진을 압박하고 나섰고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양 측의 수싸움도 본격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공개된 고려아연과 영풍의 실적이 주주총회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업황 악화와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전략 광물과 귀금속 등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경영권 분쟁의 상대방인 영풍은 지난해 적자 폭을 키우며 3년 연속 실적 악화의 늪에 빠졌다. 여기에 통합환경허가 미이행 등 환경 리스크를 수년째 해소하지 못하며 또 다른 제재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고려아연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6조5812억원, 영업이익 1조232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3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70% 이상 급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고려아연은 기존 주력 사업인 아연 외에도 연·구리·금·은·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 등으로 생산 품목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속 가격 변동성이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러한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꼽힌다.


이에 반해 영풍은 3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2592억원까지 치솟으며 적자 폭이 전년(1607억원 적자)보다 더 확대됐다.

조업정지 처분 등이 누적된 영향으로 보인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폐수 유출과 무허가 배관 설치 등에 따른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지난해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58일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이행했다.


조업정지 여파로 석포제련소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1~9월 40.66%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같은 기간(53.54%)과 비교해 12.8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여기에 더해 경기 둔화에 따른 아연 시장 부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품목 가격 변동에 대한 노출도가 높은 구조가 실적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경영환경 차이는 3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이 주주가치 제고와 경영능력, 지배구조 등을 둘러싸고 표 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주주들의 판단 기준은 결국 '누가 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모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현경영진은 '최대 실적'이라는 객관적 성과와 미래성장동력 등 비전을 중심으로 주주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풍은 거버넌스 개선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풍이 손잡은 MBK파트너스 역시 청산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경영관리 역량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