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자본시장연구원


국내 상장회사 3곳 중 2곳이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정작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소각보다는 지배권 강화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해 온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어 제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자본시장연구원 황현영 연구위원이 2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전체 상장회사의 66.2%에 해당하는 1723개사가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자기주식 비율이 10% 이상인 기업도 8.4%에 달한다.

문제는 보유한 자기주식이 어떤 방식으로 처분되느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상장회사의 자기주식 처분 공시는 총 647건이었다. 처분 유형별로는 임직원 보상이 47.4%로 가장 많았고, 특정인·특정회사 대상 처분이 25.7%, 교환사채 발행이 17.9% 순이었다. 특정 대상 처분 가운데는 최대주주 본인이나 직계비속, 계열회사에 자기주식을 넘긴 사례도 포함돼 있다. 최대주주 자녀에게 처분하는 경우 경영권의 편법적 승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23일,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3일 사이 본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최종 처리할 방침이다.

현재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상법 개정안은 네 가지 핵심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자기주식이 '자산'이 아님을 명확히 하고, 담보 활용과 교환사채 발행을 금지하며 처분 절차를 신주발행에 준해 규율한다. 게다가 자기주식 보유·처분에 관한 결정권을 이사회에서 주주총회로 이전하되, 주주총회가 승인한 계획 범위 내 활용은 허용한다.


소각 의무 위반 시 이사 개인에게 상법상 최대 과태료인 5000만원을 부과하고, 불공정 처분에 대한 주주의 유지청구권 및 무효 소송도 인정한다. 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합병·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등 특정 목적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소각할 수 있도록 절차 부담도 완화했다.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의 자사주 처분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에만 164건의 처분 공시가 이뤄졌는데, 이는 연간 전체 공시의 25.3%에 해당한다. 2023년 12월 29건, 2024년 12월 43건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12월 한 달간 특정 대상 처분 비중은 55.5%로 연간 평균(25.7%)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제도 변화 전에 자기주식을 지배권 안정이나 승계 구조 정비에 활용하려는 유인이 상당했음을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자기주식이 주주환원보다 지배구조 수단으로 흘러온 데에는 현행 법제의 구조적 허점이 있다. 자기주식 취득 단계에서는 엄격한 재원 규제와 절차를 부과하면서도, 처분 단계에서는 이사회 결의만으로 충분해 주주 보호 장치가 사실상 없다. 신주를 제3자에게 배정할 때는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엄격히 요구하고 주주의 유지청구권도 보장하지만, 자기주식 처분에는 이러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신규 취득 자기주식뿐 아니라 이미 보유 중인 자기주식에도 개정 상법이 적용된다. 법 시행 이후 모든 처분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야 하므로, 올해 처분을 계획하는 기업이라면 정기주주총회 또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황 연구위원은 "자기주식 제도 개선은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고 주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세법·자본시장법 등 후속 입법 정비와 기업의 자발적 소각 노력이 뒷받침될 때 자본시장의 신뢰와 기업가치가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