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자사주 의무소각을 골자로 한 3차 상법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임박했다. 최근 국내 증시 활황세에 힘을 더해줄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입법에 주주들은 크게 반색하는 반면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해오던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3차 상법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전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불을 놨지만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 후인 이날 오후 4시쯤 재적 5분의 3 찬성으로 강제 종결한 뒤 곧바로 상법 개정안 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3차 상법 개정안은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본격 시행되면 기업들은 앞으로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에 이를 소각해야 한다.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도 6개월 유예 후 1년 내 소각해야 한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 제도 실시 등 일정한 사유가 인정돼 이사 전원이 서명·날인한 보유처분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는 경우에는 예외가 적용된다.

자사주 소각은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꼽힌다. 기업들이 그간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했던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유통 주식 수가 줄어 주당순이익(EPS)이 증가, 기존 주주들이 가진 주식 가치가 상승하면서 기업가치 역시 재평가될 수 있어서다.


정부와 여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자사주 의무 소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특히 대주주가 자사주를 인적분할 과정 등에 활용해 지배력을 높이는 '자사주의 마법'을 국내 자본시장에서 완전히 퇴출시키겠다며 3차 상법개정안 통과에 의지를 보였다.

최근 코스피 6000 시대 진입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3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증시 상승세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경기 남양주시병)은 "상법 개정안을 통해 기업의 이익을 지배주주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게 배분함으로써 우리 증시의 체질을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탈바꿈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자사주 매각을 법으로 강제할 경우 경영활동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외부 위협으로부터 기업의 경영권이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글로벌 리서치업체 '딜리전트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주행동주의가 2020년 10개사에서 지난해 66개사로 급증하며 경영권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별다른 경영권 방어 수단 없이 자사주 매각을 의무화하면 기업들이 적대적 M&A나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무차별적으로 휘말릴 것이란 우려가 번진다.

국민의힘에서 최근 차등의결권과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적대적 M&A 방지 3법'을 발의했지만 통과여부는 미지수다. 지배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안 내용이 일반 주주들의 공감대를 얻기 힘든 데다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 관행을 없애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을 제거하려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적대적 M&A 방지 3법은 소액주주 권익을 강력하게 보호해 증시 활성화를 모색하려는 정부의 방침과 충돌한다"며 "법안이 추진되더라도 여당의 반대를 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