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신 회장 규탄 피켓 시위하는 한미약품 평택공장 직원. /사진=뉴시스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약품 전문경영인 박재현 대표의 갈등에 지배구조 리스크 우려가 다시 제기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과 박 대표의 갈등은 최근 그룹 내 불미스러운 사건을 통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해당 사건에 연루된 인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과 박 대표의 이견이 있었던 것. 박 대표는 해당 인물을 조사 및 징계하는 과정에서 신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신 회장은 조사 및 징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뿐더러 사건 발생 초기 관련 내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해 사실관계도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고 반박한다.

신 회장과 박 대표의 갈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지난해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를 약속한 신 회장이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박 대표와 부딪혔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신 회장은 저가 원료 선정, 노후 설비 교체 보류, GMP(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설비 투자 최소화 등을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약품 본부장과 각 본부 임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신 회장은 불법·부당한 경영간섭을 즉각 중단하라"며 "이사회는 신 회장의 일탈 행위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즉각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올바르게 해결될 때까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존중, 가치창조의 한미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회사측은 이번 갈등이 지분 확대 경쟁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주주들은 경영권 분쟁 등 지배구조 리스크로 받아들여 지면서 주가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신 회장 역시 경영권 분쟁에는 선을 긋고 있다. 한 한미사이언스 주주는 "대주주 리스크가 생기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신동국, 창업주 별세 후 최대주주로… 박재현은 33년간 성과 창출

사진은 2024년 12월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 개회를 기다리는 박 대표. /사진=뉴시스


한미그룹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인 신 회장은 임 회장의 권유로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사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0년 임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후 유족들에게 지분이 분할 상속되고 유족들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정리한 덕분에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신 회장은 대외적으로 활동하지 않다가 창업주 일가 경영권 분쟁이 생긴 2024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외부에 목소리 내기 시작했다.


신 회장은 최근 한미사이언스 주식 441만32주(6.45%)를 추가 매입하며 지분율을 22.88%로 늘렸다. 신 회장 개인회사인 한양정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6.95%)까지 합치면 29.83% 수준이다. 이에 비해 한미약품 송영숙 회장(3.84%), 임주현 부회장(9.15%) 등 한미그룹 창업주 일가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박 대표는 1993년 한미약품 연구원으로 입사해 30년 이상 그룹에 몸담은 일명 '한미맨'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대표로 취임한 후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주요 파이프라인(개발물질) 임상 진척 등의 성과를 냈다. 박 대표는 신 회장과 갈등으로 다음 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5475억원, 2578억원이다. 박 대표 취임 직전 해인 2022년과 비교했을 때 16.2%, 영업이익은 63.1% 늘었다. 주가의 경우 2022년 12월29일 29만2377원에서 최근 60만원 안팎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주요 파이프라인인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임상 3상 중간 톱라인 결과에서 최대 30%의 체중 감소 효과를 냈고 올 하반기 상용화가 기대된다.

한편 신 회장은 전날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문경영인이 잘못 판단하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 대주주가 감시 및 견제하고 관여하는 게 상식"이라며 "전체 주주를 위해서라면 부당 경영간섭이 아닌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