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내 해운·항공업계가 운항 차질, 연료비 부담 등을 떠안게 됐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의 모습. /로이터=뉴스1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내 해운·항공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 지역 운항 차질에 국제 유가 급등으로 연료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운·항공사의 매출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게는 10%, 많게는 35%에 달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이스라엘 공습 직후인 지난달 28일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차단했다. 최근 해협 인근에서 민간 선박 4척이 공격받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 인근 운항 자제를 권고한 상태다.

호르무즈해협은 한국으로 향하는 중동산 원유의 95%가 통과하는 핵심 원유 수송로다. 유조선·벌크선 비중이 큰 팬오션과 SK해운 등은 해당 해역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만큼 운항 지연 등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국적 선사 HMM은 인근에서 운항 중인 선박 7척의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동 전면전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우회 경로 마련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 등 인접국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해상 운송로의 안전 확보가 쉽지 않아서다. 한국무역협회는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 운임이 최대 8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적인 운임 상승은 해운사에 호재로 평가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선박 보험료와 연료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해운사 매출원가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25% 수준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운임은 오를 수 있겠지만 보험료 등 추가 비용 부담이 늘고 사태가 지속되면 글로벌 물동량 위축도 발생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운항편 안내 모니터에 전날 결항된 두바이행 항공편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항공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일 기준 인천과 중동을 오가는 항공기 출발·도착 12편이 모두 결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화물기 2편을 포함해 총 25편이 결항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28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두바이 국제공항으로 향하던 KE951편(B787-9)을 미얀마 공역에서 인천으로 회항시켰다. 인천-두바이 노선 운항은 오는 5일까지 중단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중동 정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향후 운항 일정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국제 유가 상승도 항공업계에 악재다. 항공사 유류비는 운항 비용의 30~35%를 차지, 항공유 가격이 5% 오를 경우 영업이익률은 1%p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 상승분을 유류할증료에 일부 반영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을 모두 상쇄하기 어렵고 항공 수요가 위축될 수 있어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무 체력이 약한 LCC(저비용항공사)의 수익성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상장 LCC 4사(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는 지난해 고환율과 단거리 노선 경쟁 심화로 동반 적자를 기록했다. 중동 사태 장기화로 고유가가 지속될 경우 올해 적자 탈출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