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그룹이 이란사태 관련 긴급 금융 지원에 나섰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내 5대 금융그룹이 일제히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긴급 금융지원에 나섰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선제 대응과 더불어 피해 기업과 교민을 지원하는 '포용금융' 일환으로 분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그룹은 최근 중동 사태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위기관리 체계를 가동하고 환율·금리·국제유가 등 주요 지표와 자금시장 흐름을 상시 점검하고 있다.

이들 그룹은 공통적으로 ▲시장 변동성 모니터링 강화 ▲중동 관련 거래 기업 유동성 지원 ▲해외 근무 직원 안전 점검 ▲사이버 보안 대응 강화 등을 핵심 대응 과제로 제시했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경제 충격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한 조치다.


KB금융은 양종희 KB금융 회장을 중심으로 주요 계열사 대표와 핵심 경영진이 참여하는 비상대응체계를 통해 환율·금리·유가 등 주요 지표와 시장 변동성을 실시간 점검하고 있다. 시장 불안이 고객 접점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서비스 안정성과 대고객 안내 체계도 강화했다.

신한금융은 그룹위기관리협의회를 열고 현재 위기관리 단계를 '주의'로 유지한 채 주간 단위 정례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 상황이 '경계' 단계로 격상될 경우 그룹 CEO(최고경영자) 주재 위원회를 즉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유가 변동성 확대에 따른 관련 금융상품 고객 손실 가능성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우리금융 역시 지주사를 중심으로 전 계열사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유동성 상황과 외환·자금시장 동향을 점검 중이다. NH농협금융도 '비상긴급점검회의'를 개최해 리스크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금융시장 비상 모니터링 체계를 가동했다.

피해 기업 대상 특별 금융지원

5대 은행들은 중동 사태로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특별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KB국민은행은 'KB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 규모 이내에서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 및 시설복구 자금을 지원하고, 최고 1.0%포인트 특별우대금리를 적용한다. 만기 도래 대출에 대해서는 추가 원금상환 부담 없이 기한 연장을 지원한다.


신한은행도 '신한 재해복구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해 피해 기업에 최대 10억원의 운전자금 및 시설복구 자금을 지원하고 최고 1.0%포인트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기존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 부담 완화 조치도 병행한다.

하나은행은 총 12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해 긴급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피해를 입은 기업에 최대 5억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한다. ▲만기도래 여신 최당 1년 이내 기한 연장 ▲최장 6개월 이내 분할상환 유예 ▲최대 1.0%포인트 금리 감면 등을 지원한다. 하나은행은 '이란 사태 신속 대응반'을 신설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하나금융은 현지 피해 교민을 위한 생필품 및 구호 패키지 등 인도적 지원도 정부 유관기관과 협의해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중동지역 피해 중소기업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통해 기업당 최대 5억원의 운전자금과 긴급 운영자금을 지원한다. 금리 우대와 수수료 감면, 만기 연장 및 원금 상환 유예 등 '패스트 트랙' 심사 체계를 도입했다. 아울러 무역보험공사에 420억원을 출연해 총 8000억원 규모 보증서 대출을 업체당 최대 100억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위기 극복 비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5억원의 신규 시설·운전자금을 지원하고 최대 2.0%포인트 특별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기존 대출에 대해서는 최대 12개월간 상환 유예와 기한 연장을 지원한다.

이처럼 5대 금융그룹이 긴급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 건 단기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동시에, 외부 변수로 경영 애로를 겪는 기업과 고객을 보호하는 '포용금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수출 차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실물경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선제적 유동성 지원과 시장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충격 확산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