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번 멈춘 코스피, '외풍'보다 무서웠던 '구조적 덫'
대외 악재 속 반도체 쏠림 되감기… 단일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 키워
서킷브레이커, 2000년 2번·2001년 1번·2020년 2번·2024년에 1번…올해까지 역대 총 13번 발동
과거 미국 증시 하락·코로나19 팬데믹 등 영향서 올해는 동시다발 겹악재 연쇄 작용
지난 5월 출시 삼전·하이닉스 단일 레버리지 ETF 수급 여파에 코스피 변동성 극심
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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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시장이 극단적인 변동성 터널에 갇혔다. 코스피지수가 전 거래일 종가지수 대비 8% 이상 하락해 1분 동안 지속되면 매매거래가 강제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올 들어서만 무려 7번째 발동되면서다. 올해 상반기 동안 지수(종가 기준) 5000에서 출발해 6000, 7000, 8000을 거쳐 9000선까지 빠르게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탔던 코스피는 최근 복합 리스크 충격에 급락이 반복되는 변동성 장세를 보이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보다 49.90포인트(0.73%) 오른 6856.83으로 장을 마쳐 전날의 기록적인 폭락세를 소폭 만회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3일 코스피지수의 하락폭은 치명적이었다. 전 거래일 보다 669.01포인트(-8.95%) 급락한 6806.93으로 마감됐으며 특히 장중 낙폭이 8.08%까지 치솟으면서 오후 1시28분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했다.
이번 서킷 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13번 가운데 올 들서만 7번째로 이례적인 기록이다. 역대 첫 발동은 미국 증시가 크게 하락했던 2000년 4월17일이었다. 이후 같은 해 9월 18일과 9·11 테러 발생 직후인 이듬해 9월12일까지 2년 동안 3번 발동됐다. 한동안 걸리지 않았던 서킷 브레이커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18년 6개월 만인 2020년 3월13일과 같은 달 19일 발동됐고 3년 5개월 뒤 다시 발동돼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총 6번을 기록했다.
이 기간 서킷 브레이커 발동 주요인은 ▲미국 증시 하락 ▲국제유가 급등 ▲9·11테러 발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압축되는 외인성 쇼크였다. 반면 올 들어 7번 발동된 서킷 브레이커는 훨씬 복합적이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따른 중동전쟁 여파가 불러온 리스크가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키운 것이 가장 큰 요인이지만 이에 따른 다양한 요인까지 더해졌다.
중동 정세 불안에 국제유가가 급등했고 글로벌 슈퍼사이클(초호황)을 만난 반도체주는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한 때 급락세를 보였다. 미국 반도체주 급락은 기술주·빅테크주 약세 등으로 번져 코스피지수도 끌어내렸고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키운 AI(인공지능) 대세론에는 거품론까지 불거져 "지금이 고점"이라는 인식에 차익실현 매물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중동전쟁을 시작으로 이 같은 요인이 연쇄적으로 터져 지수 9000을 찍고 1만포인트를 바라보던 코스피지수는 최저 6448.86(14일 장중 기준)까지 밀렸다.
또 터진 중동리스크 악재에 단일 레버리지 ETF까지
코스피지수는 이 같은 겹악재에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8000선은 지켰지만 종전을 논의하던 미국과 이란이 다시 공격을 주고받자 중동 정세 긴장감이 고조돼 지수가 급락했다.
지난 7일에는 삼성전자가 역대 최고치인 89조4000억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코스피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됐지만 올 들어 여섯 번째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업계에서는 AI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역대급 실적 발표를 계기로 차익을 실현하는 매물이 대거 쏟아진 것이 지수를 크게 끌어내려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는 시각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5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도 코스피지수 급락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파는 숏감마(short gamma) 구조를 갖고 있어 본주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 하락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가총액은 10조원을 상회하고 있다"며 "당분간 이에 따른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ADR(주식예탁증서) 상장 이후 메모리 반도체 전반의 차익 실현 매물 출회가 이뤄진 것 역시 코스피지수엔 하방 압력을 가했다. 이른바 '롤러코스피' 장세가 이어져 코스피가 극심한 하락장을 겪으면서 개미들의 투자 행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반도체 등 소수 업체들과 산업을 중심으로 급등하는 과정에서 하방 위험이 더 높아졌다"며 "시가총액 자체가 크게 증가하면서 증시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배당수익률도 지난해 7월 2.1%에서 이달 기준 0.8%로 크게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증시가 당분간 조정 기간을 거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이 기간에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도 업종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미국 나스닥 ADR 상장 여파를 짚었다. 그는 "ADR 청약 단계에서 7배 초과 청약이 일어나는 등 강한 수요를 확인했던 SK하이닉스 ADR은 상장 뒤 첫날 13% 상승 마감했다"면서도 "정식 티커(주식식별기호) 'SKHY'로 정규 거래 전환된 만큼 이번 주 ADR과 본주의 가격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에서 형성될 것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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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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