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한 번의 신고로 보호하는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사진은 불법사금융 원스톱 신고·지원 체계 업무 흐름도./사진=금융위원회


#사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A씨는 연 이자율 약 5200%에 달하는 대출을 통해 두 달 동안 1000만원을 빌렸다. 총 7명의 불법업자로부터 대출을 받았고 이 가운데 5명에게 이미 750만원을 갚은 상태였다. 그러나 금융당국에 신고한 뒤 새로 도입된 '불법사금융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시스템'을 통해 전담자의 도움을 받자 상황이 달라졌다. 불법업자들에게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대부분의 추심이 즉시 중단됐고 일부 업자는 원리금 반환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불법사금융 피해자를 한 번의 신고로 보호하는 지원 체계를 본격 가동한다. 금융위원회는 9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중앙센터에서 '불법사금융 원스톱 종합·전담 지원시스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제도를 정식 시행한다고 밝혔다.

불법사금융은 단순한 고금리 대출을 넘어 위법·부당한 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한 뒤 불법추심을 통해 금전을 갈취하는 대표적인 민생 침해 금융범죄로 꼽힌다. 정부는 이를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연 이자율이 60%를 초과하는 반사회적 대부계약의 경우 원금과 이자를 모두 무효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을 시행한 바 있다.


다만 기존 제도에서는 피해자가 불법사금융 피해를 신고하고 구제를 받기 위해 금융감독원, 경찰, 법률구조공단,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기관에 각각 신고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신고 과정에서 동일한 피해 사실을 반복 설명해야 하고 불법추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심리적 부담이 커 피해 구제를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새로 도입된 원스톱 지원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통합 대응 체계다. 피해자가 어떤 경로로 신고하더라도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가 사건을 접수하고 전담자를 배정해 피해 대응을 지원한다. 전담자는 피해 사실 정리와 신고 절차 지원부터 불법추심 중단 조치, 전화번호·SNS(소셜미디어) 계정 및 대포통장 차단, 채무자대리인 무료 선임, 경찰 수사 연계, 소송 지원, 정책서민금융 및 복지 지원 연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전국 8개 권역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 불법사금융 전담자를 배치했다. 피해자가 센터를 방문하거나 상담을 신청하면 전담자가 피해 내역을 정리하고 즉시 불법업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 추심 중단을 유도한다. 이후 금융감독원 초동 조치와 경찰 수사 연계를 통해 남은 추심을 차단하고 불법추심에 사용된 전화번호와 SNS 계정, 차명계좌 등을 차단한다.

피해 대응 과정은 시간 순서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상담 당일에는 전담자가 불법업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 대부분의 추심을 중단시키고 채무조정이나 정책서민금융 지원 등 연계 서비스도 안내한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추가 조치를 통해 남은 추심을 차단하고, 약 1~2주 안에 불법추심에 사용된 계좌와 전화번호, SNS 계정 등을 차단하는 조치가 이뤄진다.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를 통한 무료 법률 상담과 채무자대리인 선임도 가능하다.


시범 운영 기간에도 실제 피해 경감 효과가 나타났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사업자 대출 상환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피해자가 시스템을 통해 신고한 뒤 불법업자 7명에게 경고 메시지가 전달되자 추심이 즉시 중단됐고 일부 업자는 채무 종결 의사를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원스톱 지원체계 운영을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시복지재단, 경기복지재단이 참여하는 업무협약(MOU)도 체결됐다. 이를 통해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과 신고 접수, 수사 연계, 법률 지원, 정책서민금융 및 복지 지원까지 기관 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지방자치단체 복지재단이 협력 기관으로 참여하면서 앞으로는 지자체 복지 상담 과정에서도 불법사금융 피해 상담과 신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피해자 접근성과 지원 속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불법사금융은 단순한 대출이 아니라 불법추심을 통해 금전을 갈취하는 범죄"라며 "한 사람의 국민이라도 더 빠르게 피해에서 벗어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원스톱 종합 지원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온라인에서도 한 번에 신고할 수 있는 통합 신고 플랫폼을 구축하고 불법추심에 이용되는 대포통장과 SNS 계정 차단 근거 마련 등 관련 제도 개선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