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출범한 모셔널은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누적 적자 3조1748억원을 기록했다. /그래픽= 강지호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핵심 자회사인 모셔널(Motional AD LLC)의 재무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설립 이후 6년간 3조원 이상의 누적 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2024년 주춤했던 적자 폭이 2025년 들어 다시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경영권을 완전히 확보한 이후 모셔널의 실적이 그룹 연결 재무제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자율주행 상용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10일 현대자동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출범한 모셔널은 지난해까지 6년 동안 누적 적자 3조1748억원을 기록했다.

설립 초기인 2020년과 2021년 각각 2315억원, 5162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후 기술 고도화와 시범 운영이 본격화된 2022년에는 손실액이 7517억원으로 늘어났고 2023년에는 8037억원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대 적자를 봤다. 2024년에는 내실 경영을 통해 손실 폭을 3693억원까지 줄였으나 2025년 다시 5022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규모가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매출액은 여전히 유의미한 수치를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6억원대에서 시작한 매출은 2023년 17억원, 2024년 22억원, 2025년 21억원으로 사실상 20억원대 안팎에서 정체된 상태다. 연간 수천억원의 운영 비용과 연구개발(R&D) 투자가 집행되고 있지만 이를 상쇄할 유료 서비스 수익은 전무한 구조가 6년째 지속되고 있다.

모셔널의 실적 부진이 현대차그룹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훨씬 직접적이다. 설립 당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Aptiv)가 50대50 지분으로 참여했으나 현대차그룹이 약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앱티브 보유 지분 인수를 단행하며 지배력을 강화했다.


2025년 모셔널의 계속영업손실(5022억원)은 그룹 전체 관계기업 중 HMG Global LLC(-5158억원, 총포괄손익 -8672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미래 항공 모빌리티(AAM) 법인 슈퍼널(supernal, LLC)의 손실액인 4504억원보다도 많다. 슈퍼널이 전년(-6583억원) 대비 적자 폭을 줄인 것과 비교하면 모셔널의 재무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 모셔널의 자산 구조를 보면 비유동자산이 약 3조2000억원으로 설정돼 있어 기술적 가치는 높게 평가받고 있으나 유동자산은 553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매년 50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하는 현재의 현금 유출 속도를 감안할 때 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자금 수혈 없이는 사업 지속이 어렵다.


모셔널의 생존 여부는 올해 예정된 로보택시 상용화 성패에 달려 있다. 모셔널은 현재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 5 로보택시'를 개발, 미국 내 상업 운영을 준비 중이다.

당초 계획보다 상용화 시점이 늦어지면서 발생한 비용은 이미 조 단위에 육박한다. 자율주행 기술의 특성상 인건비와 데이터 처리 비용 등 고정비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 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구조다.

테슬라가 FSD(Full Self-Driving)를 통해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축적하며 상용화 압박을 높이고 있고 웨이모 등 선두 업체들이 서비스 지역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모셔널의 시장 진입 시점은 더욱 중요하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는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단순한 손실이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을 위한 필수 선행 투자로 간주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향후 로보틱스, 물류,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등 그룹의 미래 사업 전반에 이식될 핵심 자산이기 때문이다.

모셔널은 올해를 기점으로 실적 반등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로라 메이저 모셔널 CEO(최고경영자)는 최근 현대차그룹 공식 팟캐스트 채널 '현대진행형'에 출연해 "'빠르게 실패하자'가 회사 신조"라며 "실패를 신속하게 발견할수록 빠르게 배우고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