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9일 개혁신당 대회의실. 이준석 대표가 가리키는 TV 화면에 취재진 시선이 쏠렸다. 화면에는 AI(인공지능)가 인간 사무장처럼 유세 일정과 동선을 관리해주는 내용이 펼쳐졌다. 선거비용 절감 효과를 강조하는 대목에선 이 대표의 제스처와 목소리가 커졌다. 우려 섞인 질의엔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AI 사무장과 챗봇 등은 돈과 조직이 부족한 정치신인을 돕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실력만 있다면 누구나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개혁신당 싱크탱크 개혁연구원은 최근 5년간 전국 지방의회 회의록 19만7000여건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AI로 데이터를 학습시켜 지역의 중요현안을 파악한 뒤 지방선거 참여자에게 맞춤형 공약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3석에 불과한 스타트업 정당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틈새에서 불가피한 전략을 편다고 볼 수 있지만 새로운 정치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거대 양당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영호남 등 거대 양당의 텃밭에선 공천이 곧 당선이다. 그만큼 공천받기가 어렵다. 당내 경선이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이나 다름 없다.


자연스레 본선을 위한 정책 개발은 관심과 노력이 떨어진다. 실력 쌓기보다 권력 아래 줄 서거나 세력 형성에 관심을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매일 발표하는 논평이나 브리핑은 상대방을 향한 비난 메시지가 8할이다. 상대가 있어야 내가 존재할 수 있는 '적대적 공생 관계'인 셈이다.

분열의 언어 대신 AI로 개발한 정책으로 승부하겠다는 정치 스타트업의 포부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개혁신당의 정치 실험은 민주당 보다 국민의힘에 더 큰 잠재적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성 정치에 피로감을 느낀 보수 유권자의 표를 두고 개혁신당과도 싸워야 한다는 점에서다.


물론 개혁신당의 한계는 분명하다. 한국의 정치사를 돌아보면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를 확보한 제3당의 성공 사례는 1996년 자유민주연합과 2016년 국민의당 등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지금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준석 정당이란 이미지를 넘어 유능한 정치 집단으로 인식을 넓혀야 하는 과제도 있다.

소수 정당이 갈 길은 최근 일본 중의원 465석 가운데 11석을 가져간 신생정당 '팀 미라이'(未來·미래)가 상상력을 제공한다. 팀 미라이는 선거 당시 주요 정당들이 앞다퉈 '소비세 감세' 공약을 내걸 때 유일하게 '현행 10% 세율 유지'를 주장했다. 미래 세대에게 국가의 빚을 떠넘기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로 자녀 수에 따른 양육세 감면 등도 약속했다.


팀 미라이는 정치를 권력 투쟁이 아닌 시스템 설계의 관점으로 본다. 안노 다카히로 팀 미라이 대표가 "분열을 부추겨 표를 얻지 않겠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새로운 시스템을 위해 AI를 정책 설계와 유세 과정에서 적극 활용했다.

개인 역량은 몰라도 조직 자본에선 거대 양당에 확연하게 밀리는 개혁신당이 AI 등의 전략으로 그 격차를 메우고 6월 지방선거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정치 스타트업들이 기성 정치권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한국의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