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줄어도 더 늘어나는 초중고 교부금 '대수술'…미국·일본은?
반도체 호황에 올해 교육교부금 81조원 전망
미국·일본, 학령인구·학교 수 반영해 교육재정 배분
한국은 내국세 연동…교육 수요 반영 한계
지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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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54년 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제도 도입 당시보다 학령인구는 절반 이상 감소했지만 내국세 연동 구조로 교육교부금은 계속 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교육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반면 한국은 내국세와 연동된 구조 탓에 재정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2027년 국세 수입은 당초 전망치인 412조원을 훌쩍 넘어 500조원+α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합 성과평가로 저성과 사업을 가려 확보한 재원은 대한민국 핵심 프로젝트에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박 장관은 지출 효율화 사례를 설명하며 교육교부금 등 의무지출 구조도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1972년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를 위해 제정됐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재정으로 배분하는 구조로 법정교부율은 도입 당시 11.8%에서 여덟 차례 인상을 거쳐 현재 20.79%까지 높아졌다. 반면 학령인구는 1972년 약 1073만명에서 올해 약 492만명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교육교부금은 2016년 약 43조원에서 올해 81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교부금이 빠르게 늘어난 배경에는 내국세 연동 구조가 있다. 2022년에는 예상보다 세수가 크게 늘면서 교육교부금도 증가했고 교육부는 통합안정화기금과 시설환경개선기금으로 약 22조원을 적립했다. 초·중등교육에 필요한 재정 규모를 웃도는 재원이 확보된 것이다. 최근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세수 증가가 예상되면서 올해도 교육 현장에 필요한 수준 이상의 교부금이 배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처럼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초·중등교육 재정으로 자동 배분하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브라질의 경우 헌법으로 연방정부는 세수의 최소 18%, 지방정부는 최소 25%를 교육에 투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만도 최근 3개년 정부 순수입 평균의 23%를 교육예산 하한선으로 정하고 있다. 다만 두 나라는 고등교육까지 포함한 교육 전반에 재정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가 있다.
미국은 지방정부와 주정부, 연방정부가 교육재정을 분담한다. 통상 지방정부 재산세가 45%, 주정부 소득·소비세가 45%, 연방정부 지원이 10%를 차지한다. 전국 약 1만3000개 교육구가 재산세를 바탕으로 교육예산을 편성하고, 주정부와 연방정부는 재정이 부족한 지역과 저소득층 학생 지원에 재원을 투입해 교육격차를 완화한다. 연방정부 교육예산은 매년 의회의 재량지출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일본은 지방정부가 교육예산 편성 권한을 갖는다. 국세 일부를 지방교부세로 배분한 뒤 지방자치단체가 학교 수와 학령인구 등을 반영해 예산을 편성한다. 학생 수 감소에 맞춰 학교 통폐합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공교육의 최소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공립 초·중학교 교직원 인건비의 3분의 1은 중앙정부가 부담한다.
반면 한국은 내국세와 연동된 구조여서 세수가 늘면 교육교부금도 함께 증가한다.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대신 학교 통폐합 등 재정 효율화 논의는 활발하지 않다. 학생 수가 크게 줄어도 학교가 유지되는 사례가 많고 폐교도 학생 수가 사실상 없어지는 수준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가 유지되기만 해도 예산을 받을 수 있어 유인책이 적다.
현재 논의되는 개편 방향은 ▲현행 제도 유지 ▲법정교부율은 유지하되 초과 교부금 활용 범위 확대 ▲학령인구 등을 반영한 새로운 산식 도입 등 크게 세 가지다. 교육당국은 현행 법정교부율을 유지하면서 고등교육과 평생교육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반면 재정당국은 내국세 연동 체계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재정의 새 물길을 열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교부금 개편' 대국민 공개토론회에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아이들이 줄었으니 예산도 줄여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경제 논리가 효율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며 "영유아교육과 고등교육, 평생교육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홍근 장관은 "당시 교부율을 22%까지 올리는 법안도 대표 발의했지만 이후 10년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니 이제는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기획예산처는 교육교부금을 내국세 연동 방식이 아닌 학령인구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는 "교육교부금이 남는다는 것은 실제 필요한 것보다 더 걷힌 것"이라며 "남는 재원은 결국 필요하지 않은 곳에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초·중등교육으로 한정된 교육교부금 사용처를 확대하거나 내국세 연동 비율 자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교육교부금 제도는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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