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86세대 맏형' 우상호, 강원도 탈환작전…"AI 데이터센터 유치"
[6·3 지방선거 후보에게 묻다]
춘천(강원)=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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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단칸방. 국민학교 6학년 남학생 옆으로 부모님과 형 2명, 누나 1명이 따닥따닥 붙어 앉았다. 가족 6명이 눕기엔 버거운 공간이었다. 가족은 4명과 2명으로 흩어졌다.
고향 강원도 철원과 달리 서울 생활은 각박했다. 철원에선 밥을 굶는 이웃이 있으면 보리밥, 감자밥 등을 나눴지만 서울은 그렇지 않았다. 국민학교에선 육성회비가 낼 돈이 없어 혼나고 맞았다. 가난이 싫었던 소년은 공부에 매달렸다. 결과는 연세대 합격. 삼촌, 고모 등 친척에게 3만~5만원씩 빌려 어렵게 등록금을 마련했다.
'86 운동권'(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그룹의 맏형격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강원특별자치도지사 후보의 이야기다. 어린시절 경험은 그가 기득권에 섰을 때 소수를 생각하게 했다. 86세대 용퇴론 당시 5선 국회의원의 꿈을 접고 2024년 가장 먼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우 후보는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임명됐다. 운동권 출신임에도 소위 대화가 통하는 '온건파'로 분류돼 현 정부 출범 초기 행정부와 입법부 간 가교 역할을 하다가 지난 1월 정무수석에서 물러났다.
지난 2월 민주당은 '격전지 탈환' 전략 차원에서 우 후보를 1호 단수 공천했다. 우 후보는 6·3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와 맞붙는다. 강원도는 2022년 대선, 2024년 지선, 지난해 대선 모두 국민의힘이 더 많은 표를 얻은 '보수 텃밭'이다.
우 후보는 21일 강원도 춘천시 온의동 강원지사캠프 사무실에서 '동행미디어 시대'와 만나 "저는 대통령을 팔아 출세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면서 "저의 중앙정치 경험과 정책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구상해 온 강원도 발전 전략을 실현하러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후보는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2~3시간씩 회의를 해도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을 더 지원하라고 할 정도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집념이 아주 강하다"며 "제가 도지사가 돼서 강원도 발전 구상을 가져가면 이 대통령도 흔쾌히 도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우상호를 돕는 게 아니라 본인의 대한민국 발전 전략을 실현할 수 있는 '일 잘하는 도구'를 돕는 것"이라며 "강원도에서도 선거 이후에는 여야 없이 지역의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통합의 정치'를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우 후보는 강원 지역 18개 시·군의 특성을 살리는 지역 발전 전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 후보는 "18개 지역에 대기업 유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겠나"면서 "설악산을 세계적 트레킹 코스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처럼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발전 전략을 펼 것"이라고 했다.
아래는 우 후보와의 일문일답
-4선 의원,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중앙정치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강원도지사 후보로 오셨다. 결심이 어렵진 않으셨나.
▶저 같은 정치인에겐 2가지 길이 있다. 중앙에서 계속 정치를 하면서 더 큰 꿈을 꾸거나 지역의 발전이 더딘 지역에서 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지방균형발전은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이란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수도권은 사람이 많아 주택난 등으로 고통을 겪고 지역은 소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존립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다. 강원도 발전은 단순히 강원도 발전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이라는 생존 전략과 연결돼 있다. 그런 국가적 난제 해결에 동참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원도 정책을 꿈에서 구상하고 깨어나서 메모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으신가.
▶예컨대 설악산을 세계적 트레킹 코스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스코틀랜드 트레킹 코스 가운데 바닷가를 걷는 코스가 가장 인기가 많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있는 동해안 일대를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를 만들 수 있다. 서울 홍대가 문화의 성지가 되고 상암동이 쓰레기 매립지였음에도 미디어시티가 되지 않았나. 지역별 특성이 있어야 한다. 강원도 양양이 서핑으로 자유의 성지가 된 것처럼 18개 시군마다 매력 있는 포인트를 살려 거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젊은이들이 한강을 즐기듯 춘천은 물이 많아 문화적 잠재력이 크다. 강원만의 매력을 살리는 노력이 그동안 부족했다.
-지역이 자생력을 지니려면 산업 뿐 아니라 교육, 의료, 교통 등 정주여건이 중요한데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으신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 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살지 않은 상태에서 정주 여건 개선에 투자하긴 쉽지 않다. 결국 사람이 모이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동시에 교육, 의료, 교통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산업을 일으키는 동시에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짜려고 한다. 다만 산업 단지만으로는 상권이 활성화되지 않는다. 지역별 특성을 살려주고 행정이 도와주면 몇 년 안에 확 바뀔 것이다. 예컨대 물이 많은 춘천은 오스트리아처럼 호수 주변 관광지를 개발하면 1년에 수천만명이 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강원 지역엔 소양강댐, 화천댐 등 수자원이 풍부하고 전기도 자급률이 높다. 강원 지역 맞춤형 산업 전략은 무엇인가.
▶첨단 대기업은 집적을 원한다. 전국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유치한다고 하는데 불가능한 이야기다. 저는 그렇게 할 생각이 없다. 강원도에 맞는 게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다. 강원도는 다른 시도와 비교할 때 물과 전기가 풍부하다. 전기가 남아 돈다. 물도 풍부하다. 이런 지역의 강점을 살려 기업을 유치할 생각이다. 모든 대기업을 상대할 게 아니라 강원도에 최적화된 기업만 유치할 것이다. 강원도에 원주, 춘천, 강릉에 바이오 분야 R&D(연구개발) 시설이나 특화 기업들이 있다. 또 강원도는 약초 등 산물이 지천에 깔려 있지 않나. 강원도가 잘 할 수 있는 장점을 살려 18개 시군의 특화 산업을 만들어갈 것이다.
-강원 발전 전략을 오랜 기간 구상하셨나.
▶중앙 정치하면서도 지역 단체장들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18개 시군에 대기업을 다 유치하는 건 불가능하다. 화천은 외진 곳인데 겨울 산천어 축제에 매년 100만명씩 온다. 얼어 있는 호수가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태백은 탄광 지역이었는데 산 정상에 풍력 발전소를 세웠다. 바람이 자원이 돼서 지역 주민들 소득으로 이어진다. 편견을 깨는 접근 방식이었다. 시군마다 소득을 올릴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인재가 있어야 하는데, '향토애 교육' 등 구상은 없으신가.
▶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들에게 자기 지역 조사를 시키는 과제를 내줘서 역사를 알게 되면 정착률이 높다고 한다. 도지사가 할 일은 아니지만 지역 교육감과 상의해 청소년 시절부터 자기 지역을 조사하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했으면 좋겠는지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노력도 함께할 것이다.
-선거 현수막에 '대통령이 보낸 사람'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과거에 대통령이 보냈다고 지역 발전을 꼭 잘한 사례만 있지는 않은데.
▶저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 아니다. 조력자였고 참모였다.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이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 비결을 유심히 보며 배웠다. 저는 대통령 팔아 출세하러 온 사람이 아니다. 정치를 오래 했고 정책 이해도가 매우 깊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선택해 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오랫동안 구상해 온 강원도 발전 구상을 실현시키러 왔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2~3시간씩 회의를 해도 매일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역을 더 지원하라고 할 정도로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집념이 아주 강하다. 도지사가 돼서 강원도 발전 구상을 가지고 지원을 요청하러 가면 흔쾌히 도와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 대통령의 '대한민국 발전 전략'의 실현 도구일 뿐이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시도 의회와의 협업, 정치력은 어떻게 발휘하실 생각인가.
▶선거 상황이니깐 경쟁하지만 새로운 도정과 의회가 구성되면 협력할 수밖에 없다. 당이 다르다고 싸울 게 아니다. 국회의원 다수당이 국민의힘이지만 다 친한 분들이다. 국회의원들도 지역에서 성과를 내려면 지방 행정력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필요로 할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여야 없이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통합의 정치를 만들 생각이다. 저는 300석의 국회에서도 대화했던 사람이다. 지역 내 협력은 큰 어려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상호 강원도지사 후보 프로필
▲1962년 강원 철원 출생 ▲서울 용문고 졸업 ▲연세대 국문과 졸업▲연세대 총학생회장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부의장 ▲새천년민주당 부대변인 ▲17·19·20·21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민주당 대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 ▲청와대 정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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