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위산업이 곳곳에서 실력을 증명하면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고 있다. 방공 미사일 천궁Ⅱ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96%의 요격률로 실전 능력을 보여준 데 이어 25일에는 독자설계 초음속 전투기인 KF-21 양산 1호기가 출고됐다. 앞서 올해 초엔 고도 15~20㎞를 방어하는 천궁Ⅱ보다 상층인 고도 40~60㎞를 담당하는 L-SAM이 양산에 들어갔다. 이처럼 상호보완성을 갖춘 한국형 무기체계들을 바탕으로 우리 영공에 다층방어망을 구축해 국민을 지킬 수 있게 됐다.


준스텔스 기능을 갖춘 4.5세대 KF-21 전투기 출고는 지난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이 개발 계획을 밝힌 지 21년 만에 막대한 개발비 부담과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범국가적 의지와 초당적 협력 덕분에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도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됐다는 점도 평가할 수 있다. 방산 도약에는 기업과 과학기술자의 의지와 노력은 물론 정치권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KF-21은 인도네시아에 국내 전투기로선 첫 수출 계약을 따낸 것 외에 UAE·사우디아라비아·필리핀·폴란드 등에서 관심을 보여 수출전망이 밝다고 한다. K-9 자주포와 K-2 전차, FA-50 경공격기 등에 이어 다시 한번 한국 방산의 저력을 보여줬다. KF-21의 신속한 5세대 도약을 기대한다.

이처럼 설계부터 제작까지 우리 손으로 진행한 첨단무기체계의 줄이은 개발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글로벌 방산대국으로 도약할 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해선 안 된다. 이 목표를 이루려면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방산 외교는 물론 전방위적인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속적이고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효율적이고 전문적인 방위사업 행정, 방산 수출을 도울 금융·예산·세제 지원 등이 그것이다.


이제는 가성비와 신속한 납기능력을 앞세웠던 K-방산 수출 패러다임의 전환을 고민할 때다. 물론 한국 특유의 재래식 무기체계 개발 능력과 제조 실력, 그리고 사후관리는 전 세계에서 비교 대상이 드물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전장의 환경은 빠르게 변해 인공지능(AI)·로봇·군집드론·위성통신 등 4차산업혁명 기반의 신기술이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방산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선제적 대응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군과 방산업체, 연구기관을 서로 긴밀하게 연결해 AI 등 첨단기술을 융합한 한국형 미래전 방산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미래방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신융합 체제는 한국 방산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도약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