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등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가 'N잡 설계사' 모집을 통해 외연확장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메리츠화재 사옥. /사진=메리츠금융지주


메리츠화재 등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가 본업 외 부업으로 활동하는 'N잡 설계사' 모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1년도 채 안 돼 떠나는 설계사가 10명 6명꼴로 고객 관리 책임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전체 손해보험사 전속설계사 수는 14만1388명으로 집계됐다. 전년(11만7400명) 대비 20.4% 증가한 규모다.

14만명이 넘는 손보사 전속설계사 중 31.2%는 메리츠화재 소속이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전속설계사는 4만4089명으로 전년(3만2663명)보다 35.0% 늘었다. 주요 손보사 중 증가 폭이 가장 크다.


이같은 배경엔 2024년 3월 출범한 '메리츠파트너스'가 있다. 메리츠파트너스 설계사는 기존과 달리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보다 유연한 영업 환경과 모바일 기반 청약 시스템을 통해 영업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지원자가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간단한 인적사항을 입력하면 신청이 완료된다. 이후 전용 앱을 통해 동영상 및 자료 등을 통해 자격시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합격 후엔 모바일 청약시스템으로 보험 상품 관련 모든 영업활동이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부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메리츠파트너스에 대한 가입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해 메리츠파트너스 수는 1만2000명으로 전년(4200명) 대비 185.7% 늘었다. 본업 외 부업으로 설계사를 선택한 자영업자, 주부, 대학생 등 가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 역시 지난해 1월 이와 유사한 'N잡크루'를 개시했다. 지난해 삼성화재 전속설계사 수는 2만5341명으로 전년 대비 21.4% 늘었다. 향후 N잡 설계사 유입으로 올해 상반기부터 설계사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롯데손해보험도 2023년 12월 모바일 영업지원 플랫폼 '원더'를 선보인 바 있다.
사진은 최근 유튜브를 통해 홍보되고 있는 메리츠파트너스. /사진=유튜브 캡처


"N잡 설계사, 지속적인 교육·일정 수준 전문성 요구돼"

문제는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활동하는 N잡 설계사를 통한 외연 확장이 보험 계약 관리 책임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N잡 설계사 일부는 일시적으로 원하는 만큼의 수익을 번 후 영업활동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보험사 내부에서도 이들을 어떻게 독려할지 고민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메리츠화재의 13회차 설계사 등록정착률은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3회차 설계사 등록정착률은 조직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신규 등록 설계사 중 1년 후에도 정상적으로 영업 활동에 종사하는 설계사 비율을 의미한다.

지난해 말 메리츠화재의 13회차 설계사 등록정착률은 39.85%였다. 전년(47.48%) 대비 7.63%포인트(p) 감소한 수치다. 메리츠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대형 손보사(삼성·DB·현대·KB)의 지난해 정착률이 50~6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설계사 이탈 규모가 훨씬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설계사 대상 교육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 메리츠파트너스는 전용 앱을 통해 각 분야별로 구성된 30분 내외 강의를 이수한 뒤 설계사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 삼성화재 역시 온라인 교육 이수 후 시험에 응시하는 구조다.

N잡 설계사는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설계사를 영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 판매 채널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상품 구조 이해도와 약관 해석 능력이 다소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험모집 활동의 핵심 업무 중 하나는 고객에게 복잡한 보험상품의 구조와 보장을 명확히 설명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지속적인 교육과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N잡러' 형태로 진입한 보험설계사가 충분한 교육을 이수하고 전문성을 지속 유지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