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섰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요 경영진에 외부 인재를 기용하고 있다. 투자를 비롯해 임상 추진과 규제기관 승인 등 주요 경영 안건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략으로 관측된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달 말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증권업계 출신 황상연 대표를 선임했다. 1973년 회사 창립 이후 외부 인물이 한미약품 CEO 자리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자였던 박재현·우종수·권세창 전 대표 등은 모두 한미약품 출신으로 내부 승진을 통해 CEO 자리에 올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황 대표는 제약업과 금융 및 기업 재무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과 안정적인 경영 운영을 이끌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 전문 애널리스트 및 투자자로서 산업 내 다양한 기업 분석 경험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 확보와 리스크 관리 역량을 축적한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황 대표 선임을 통해 외부 바이오 벤처에 대한 전략적 투자 기반 파이프라인(개발 물질) 확보 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황 대표는 HB인베스트먼트 PE(프라이빗에쿼티) 부문 대표 등을 역임한 투자 전문가로 2020년에는 종근당홀딩스 대표를 수행하며 제약업계 전문성을 쌓았다. 한미약품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M&A(인수·합병) 전략에 발맞춘 신성장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다.

황 대표는 "한미약품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R&D(연구·개발)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며 "지주사 한미사이언스가 그룹을 총괄한다면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은 해당 기조에 맞게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약품이 명실상부한 국내 1위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소·중견 제약사에 바이오 회사도 '인재 영입' 러시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소·중견 제약사들도 외부 인재 영입에 힘을 주고 있다. 삼진제약은 올해 신설된 스페셜티케어(SC) 신임 지부장으로 서영현 이사를, 마케팅 실장으로 이예진 상무를 선임했다. 두 인물은 혈액암·고형암 분야에 각각 상업 전략 수립 및 신제품 론칭 등의 경험이 있는 마케팅 전문가다. 삼진제약은 이번 인재 영입을 바탕으로 제네릭(복제약)에 치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신규 파이프라인 시장 안착을 시도할 전망이다.


이 밖에 유유제약은 영업 전문가 장홍석 상무와 사업개발(BD) 전문가 류현기 상무를, 메디톡스는 임상 전문가 이태상 상무 등을 영입했다. 장 상무는 ETC(전문의약품) 영업 및 마케팅 등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유제약 영업을 총괄할 계획이다. 류 상무는 개발본부장으로서 차세대 개량신약 및 특화 제형 제품 개발을 추진한다. 메디톡스에 입사한 이 상무는 임상 개발본부 총괄을 맡아 글로벌 임상 전략과 해외 인허가 역량 강화에 주력한다.

업계 전문가는 "제약사가 영입한 인사들의 프로필을 보면 임상이나 규제기관 승인, 영업에 강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후보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제품 상용화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 전반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 회사들의 상황도 유사하다. 올해 코오롱생명과학은 신임 대표로 인허가 전문가인 이한국 부사장을 선임했다. HLB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출신이자 바이오업계 전반에 능통한 김태한 회장을, HLB이노베이션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는 규제 전문가 데니스 윌리엄스 부사장을 품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바이오연구본부 내 연구지원실장으로 GC녹십자, JW중외제약 출신 감염병 분야 연구사업관리 전문가 마상호 부사장을 맞이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이 대표 선임을 기반으로 핵심 파이프라인인 KLS-3021, KLS-2031 성과를 앞당길 방침이다. HLB는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베리스모는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등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영입된 경영진들이 새로운 회사로 출근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아직은 업무 파악 단계에 있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각 회사의 새로운 경영전략과 투자 방침이 구체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