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발 유가 급등으로 국민 불안이 커지고, 그 충격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여야 의원들이 '전쟁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면서 전쟁 대응과의 직접적 연관성이 부족한 예산을 경쟁적으로 끼워 넣으며 대규모 증액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상임위 예비 심사를 거치며 최대 31조4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실제로 일부 상임위에서는 '프로스포츠 관람권 지원 사업' 200억원, '국제 K-뷰티 아카데미 교육 설비 구축' 30억원, '대구권 광역철도 예비차량 구매 지원' 140억원 등 시급성과 목적 적합성이 떨어지는 사업들이 포함됐다. 위기 대응과의 관련성을 찾기 어려운 사업들이다. 빈집 리모델링(8억원)이나 지하철 연장 기본계획 수립 용역(7억원) 역시 긴급 재정 투입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사업들이다. 상식과 도를 넘은 '쪽지 예산' 남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은 본예산과 달리 예외적으로 편성되는 재정 수단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 재해, 경기 급변 등 중대한 상황에서만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만큼 편성과 운영에는 요건의 엄격성, 건전 재정의 원칙, 긴급성과 효과성이 요구된다. 정부가 애초 편성했던 예산안에도 일부 '정치성 예산'이 포함돼 논란이 됐는데, 국회 심사 과정에서는 이를 철저히 따지기는커녕 민원성 사업이나 선심성 예산 반영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추경이 정치적 이해와 결합될 경우 재정 운용의 원칙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이미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10일 본회의 처리를 앞둔 국회는 추경의 취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전쟁 대응 추경이라면 유가 관리와 취약계층 보호에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은 원칙대로 걸러내야 한다. 그게 재정의 신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또한 무겁다는 점을 국회는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