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통행료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는 가운데 정유업계 현실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 내 유조선 모습. /로이터=뉴스1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유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원유 도입 단가가 상승한 가운데 통행료까지 지불하게 되면 원가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 합작법인(JV)을 설립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배럴당 1달러씩 공동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행료를 통해 이란은 제재와 전쟁으로 악화된 재정을 보완하고 미국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겠단 계산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해협 통행료를 통해 이란 전쟁 배상 및 재건 비용을 충당하려 한단 분석도 나온다.

해협 통행료 징수는 국제법상 불법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다. 호르무즈 해협은 자연 해협이라 유엔해양법 협약상 인공 수로인 수에즈 운하처럼 시설 유지 및 관리 비용을 근거로 통행료를 받을 수 없다.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연안국인 오만도 국제법상 불가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란이 통행료를 부과할 경우 세계 각국은 따를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고 걸프 지역 원유 수송을 대체할 경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통행료 부과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통행료 징수 소식에 정유업계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운임비와 보험료가 상승한 가운데 통행료까지 지불하게 된다면 원유 도입 단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해 전체 원유의 약 70%인 7억여 배럴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왔다. 통행료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단순 계산으로도 7억달러(약 1조350억원) 이상의 추가 운임비가 발생한다.

정유업계는 잘못된 선례가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은 호르무즈 해협뿐 아니라 말라카, 지브롤터 등 여러 해협을 이용하고 있다"며 "국제법에 어긋나는 통행료 징수가 현실화될 경우 다른 해협도 통행료를 거둘 수 있고 물류비 상승은 가팔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원유 해외 수입 의존도가 100%라 다른 해협이 추가로 통행료를 징수할 경우 원가 부담 확대로 이어진다. 말라카 해협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있는 자연 수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이 동아시아로 들어오기 전 필수로 지나는 곳이다. 지브롤터 해협은 스페인과 모로코 사이에 있으며 국내 정유사의 주요 원유 수급로는 아니지만 해당 해협을 통해 아프리카산 원유를 들여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연 해협서 통행료를 징수한 전례가 없어 국제사회 반발이 거센 만큼 미국도 쉽게 추진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가능성은 존재하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