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정부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신청이 시작되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조용한 마케팅' 준비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유가 피해지원금 관련 브리핑에 나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뉴스1


정부가 6조원 규모의 '고유가 피해지원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금 상당분이 신용·체크카드로 유입될 전망이지만 업계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며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당시와 유사한 흐름이다.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오는 27일부터 고유가 피해지원금 1차 신청이 진행된다. 이번 1차 신청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 취약계층이다. 2차 신청은 다음달 18일부터다.

지방 및 취약계층일수록 두텁게 지원하는 원칙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는 55만원, 차상위계층과 한부모가족은 45만원을 지급한다. 비수도권 및 인구감소지역 거주자는 1인당 5만원을 추가 지급한다.


그 외 국민은 거주 지역별로 수도권 10만원, 비수도권 15만원, 인구감소지역 중 우대지원지역 20만원, 특별지원지역 25만원을 지급받는다.

신용·체크카드는 카드사 홈페이지·앱, 콜센터, ARS(자동응답시스템) 또는 은행 영업점에서 신청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 토스,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 앱에서도 가능하다. 지원금은 신청 다음날 충전되며 결제 시 우선 적용된다.

지원금 상당분 카드사로 유입…정작 분위기는 '고요'

6조원이 넘는 규모의 지원금이 단계적으로 시장에 풀릴 예정이지만 카드업계는 비교적 차분하다. 업계 전반적으로 걸친 여러 리스크를 고려한다면 실익이 크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당시 업계는 문자, 카카오톡 등으로 고객에게 신청 방법 및 사용처 등 제한적인 알림 문구를 전송했다. 자사 홈페이지에는 관련 팝업창을 띄웠다. 올해도 지원정책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등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는 낮은 가맹점 수수료다. 이번 지원금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영세·중소가맹점 대상 수수료율은 0.40~1.45% 수준 정도다. 일반 가맹점 평균 수수료율이 2%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원가 수준에 머무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우대가맹점은 다른 곳과 달리 원가 수준의 수수료가 적용된다"며 "지원금 상당 규모가 카드사로 유입된다고 해도 실제 발생하는 이익은 크지 않을 수 있고 오히려 손해가 발생하는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의 한 상점가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번 지원금 지급이 정부 정책이라는 점도 마케팅을 제한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 11일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지원금 지급 계획 브리핑에서 "엄중한 비상경제 상황에서 재정이 민생경제를 지키는 방파제가 돼야 한다"며 "중동사태가 몰고 온 경제적 충격으로부터 서민의 삶을 지켜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민생소비쿠폰 신청 당시에도 업계 내부에선 지원정책을 통해 이익을 내는 모습이 안 좋게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선 업계 전반에 걸친 제재 수위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16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롯데카드에 대한 제재 안건을 상정하고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 지난해 해킹 사고로 고객 정보가 유출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금감원은 영업정지 4.5개월, 과징금 50억원 수준의 중징계를 회사 측에 사전 통지했다.

우리·신한카드도 제재 가능성이 열려 있다. 지난해 4월 우리카드에선 가맹점 대표자 약 7만5000명의 개인정보가 카드모집인에 의해 유출됐다. 해당 정보는 당사자 동의 없이 카드 신규모집 등 마케팅에 활용됐다. 신한카드의 경우 2022년 3월~2025년 5월 19만2000건 정도의 가맹주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카드업계의 마케팅 과열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며 "지난 민생소비쿠폰 신청 때와 유사하게 상황이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올해도 '조용한 마케팅' 전망…"서버 관리 최선"

'조용한 마케팅'을 준비하는 업계는 신청자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 서버 증설 등 트래픽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민생소비쿠폰 신청 첫날이던 지난해 7월21일 당시에도 신청자가 몰리며 일부 카드사 모바일 앱과 행안부 홈페이지 등이 먹통이 된 바 있다. 수십만명이 한꺼번에 몰리며 일시적인 접속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비슷한 현상으로 카드사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접속하면 서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재발 방지를 위해 사전에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